인천이랑 교토
나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스무 살에 인천을 떠났고, 서른세 살에 인천으로 돌아왔으며, 서른여섯 살에 인천을 다시 떠나서 시골로 갔어요. 마흔 몇 해라는 나날을 인천을 바라보며 살아오다가 오늘 문득 교토라고 하는 일본 어느 고장이 떠올라요. 일본에서는 도쿄라는 고장을 떠나서 교토로 가는 작가나 출판사나 책방이 꽤 있습니다. 문화나 예술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만화를 그리는 사람도, 또 수수하게 살림하는 사람도 교토로 홀가분하게 가곤 해요. 일본에서 교토는 오래된 문화역사도시라는 이름이 있지 싶어요. 가만히 보니 한국에서 인천이라는 고장은 일본 교토와 엇비슷하게 문화역사도시라는 이름이 있을 만하지 싶더군요. 서울하고 가까워서 사람이며 돈이며 줄줄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인천이 아니라, 투박하거나 수수한 맛과 멋으로 작가나 출판사나 책방이나 문화예술가 스스로 사뿐사뿐 찾아들 만한 고장이 될 만하지 싶어요. 인천은 무척 차분하면서 조용해요. 인천은 매우 따스하면서 넉넉해요. 인천에 사는 분들 스스로도 미처 못 느끼기 일쑤인데, 인천은 오랜 마을 오랜 골목이 대단히 이뻐요. 이 이쁜 마을이나 골목을 마을사람이나 골목사람뿐 아니라 길손이나 나그네도 잘 모르곤 해요. 인천에서 행정이나 문화를 맡은 분들, 또 서울에서 문화나 책이나 예술을 하는 분들, 이러한 분들이 작으면서 수수하게 새로운 살림을 지으려는 꿈을 인천이라는 데에서 지어 보면 꽤 재미있겠네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서울을 벗어나 시골로 삶터를 옮기고, 서울 곁에 있는 시골스러운 도시 인천으로 삶자리를 옮길 수 있다면, 참으로 재미나리라 싶어요. 2017.6.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