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훨씬 좋아



  두 아이를 이끌고 일산에 있는 이모네 집에 찾아가서 하룻밤 묵었지요. 이동안 두 아이는 그야말로 기운차레 놀았어요. 작은아이는 ‘우리 집에 없는 온갖 플라스틱 자동차 장난감’에 꽂혀서 밥을 멀리한 채 놀이에 빠져들고요. 일곱 살 작은아이는 스스로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밥은 굶어도 좋다’는 길을 골라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오늘 즐겁게 누릴 놀이는 ‘장난감 자동차’이기 때문에 이를 실컷 누려 보도록 풀어놓습니다. 일곱 살 아이한테 많이 작은 장난감 자동차에 이 아이는 몸을 구기면서 앉아서 해사하게 웃습니다.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아주 신이 납니다. 이 아이 마음속에는 이토록 멋진 장난감 자동차가 눈앞에 있을 뿐 아니라, 두 살 조카는 아직 이 장난감 자동차를 어떻게 몰거나 탈 줄 모르니, 오직 혼자 차지하며 실컷 누릴 수 있어요. 타고 끌고 내리고 타고 끌고 내리고 …… 이를 몇 시간이고 해도 지치거나 따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다시 이끌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조용히 얘기해 봅니다. “이모네에 있는 장난감은 모두 플라스틱이야.” “알아.” “알아도 그게 그렇게 재미있지?” “응. 그렇지만 내가 앞으로 만들 장난감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야.” “그래, 네가 앞으로 플라스틱이 없는 새롭고 멋진 자동차를 지어 보렴. 달리는 자동차뿐 아니라 나는 자동차도, 또 장난감 자동차도.” “응, 내가 만들 자동차는 바퀴가 없어도 달리고 날 있는 자동차야.” 즐거움을 누린 뒤에는 꿈을 꾸고, 이 꿈을 꾸면서 새롭게 거듭나거나 피어나는 마음이 된다면 넉넉하겠지요. 우리는 모두 아장아장 걸음을 내딛으면서 함께 배우고 자라는 사이일 테니까요. 2017.6.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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