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의 새 옷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1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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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살림 손수 짓는 기쁨

[내 사랑 1000권] 2. 엘사 베스코브 《펠레의 새 옷》



  저는 어릴 적에 한동안 뜨개질을 배우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뜨개질 어느 대목에서 막히면서 넘어서지 못한 탓이기도 하고, 국민학교를 마치고 중학교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앞으로 맞이할 대학입시만 생각해야 한다’는 기운이 둘레에 차고 넘친 탓이기도 합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1987년 무렵에는 학교에서 주마다 온갖 ‘실과’ 수업을 했어요. 달마다 학교에서 ‘밥짓기’를 해서 우리 스스로 밥이며 국이며 반찬을 장만해서 먹는 수업을 했어요. 쌀이랑 냄비랑 버너랑 수저까지 스스로 챙겨서 학교로 가져온 뒤에 스스로 밥을 지었지요. 그무렵 열 살 나이에 밥을 압력밥솥으로 지을 줄 모르면 “넌 밥도 못 짓니? 밥을 지을 줄 모르면서 어떻게 밥을 먹니?” 하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가시내만 밥을 지을 줄 알 뿐 아니라, 사내도 밥을 지을 줄 알았어요.


  그무렵 실과 수업에서는 톱질도 배웠습니다. 뜨개질도 마땅히 배웠지요. 바느질도 온갖 손놀림을 배웠어요. 비질이나 걸레질을 살뜰히 하는 손길도 배우고, 행주질이나 ‘빨래 삶기’도 배웠고요.


  어릴 적에는 잘 몰랐습니다만, 그때에 배운 ‘실과’란 우리가 쉽게 알 만하면서 늘 쓰는 한국말로 옮기면 ‘살림’이에요. 살림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려 했다고 할까요. 학교나 집이나 마을 모두 살림살이를 짓는 나날이었다고 할 만해요. 그때에 학교나 집이나 마을에서 배운 살림 가운데에는 ‘비닐봉지를 깔끔하게 접어서 건사하기’도 있었지요.


  엘사 베스코브 님이 빚은 그림책 《펠레의 새 옷》(지양사 펴냄)은 어린이가 옷을 새로 한 벌 갖고 싶을 적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옷 한 벌을 짓기까지 어떤 손길하고 품을 들이는가 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돈을 들고 옷집에 가서 이것저것 골라서 갖추는 옷이 아니라, 옷이 될 실이 어디에서 오고, 이 실을 어떻게 얻으며, 실을 얻은 뒤에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를 차근차근 상냥하면서 아름답게 그림으로 펼칩니다. 옷살림을 보여주지요. 아이들이 살림을 손수 짓는 기쁨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도록 이끌어요. 2017.6.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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