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6.5.
두 아이를 이끌고 고흥서 일산으로 가는 길. 곁님은 몸이 무거워 집에서 쉬기로 하고, 즐겁고 씩씩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이모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조카를 보러 가기로 한다. 군내버스로 읍내로 가고, 읍내에서 시외버스로 순천에 간 뒤, 김밥하고 만두를 맛나게 먹고서 기차에 오른다. 두 아이는 퍽 오랜만에 기차를 탄다. 서울로 빨리 달리는 기차를 탈까 하다가, 이 아이들이 오랜만에 기차를 누리도록 하려고 무궁화 기차를 타기로 한다. 네 시간 반을 달리니 아이들도 살짝 힘들었을까.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고, 먹이고, 재우는 틈틈이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읽는다. 이 책을 쓰신 분이 예전에 낸 책이 집에 한 권 있으나 아직 그 책은 읽지 못한 채 새로운 책을 읽는다. 암에 걸려 죽음을 맛본(임사 체험) 글쓴이는 죽음길을 헤매다가 삶길로 돌아온 뒤로 우리 목숨이 ‘몸이 아닌 빛’이고, ‘빛으로 이루어진 마음’인 줄 깨닫고는 스스로 기쁨길로만 나아가기로 했다고 밝힌다. 학교 지식이나 책 지식이 아닌 ‘마음 지식’을 얻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 되었고, 삶을 기쁘게 마주하는 하루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어 보아’야 새로 깨어나는 셈일까. 아마 틀림없으리라. 한 번 죽고 나서 ‘새로 태어나’야 삶을 사랑하는 기쁨으로 나아갈 만하지 싶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