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월 띄우기



  우리 집 아이들 바깥마실을 나오면 언제나 “언제 집에 가?” 하고 묻습니다. 바깥일을 다 보고서야 집으로 돌아갈 테지만, 집처럼 바깥에서 재미나게 뛰놀거나 노래하거나 춤출 수 없을 적마다 갑갑하구나 하고 여겨요.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놀거든요. 이와 달리 버스나 기차나 전철이나 길에서는 노래를 하거나 춤추기가 어렵습니다. 바깥에는 우리만 있지 않은걸요. 두 아이는 읍내쯤 되는 마실이면 “같이 갈까? 말까?” 하고 망설이다가 으레 “그냥 집에서 놀래.” 하고 고릅니다. 이러다 보니 아버지 혼자 바깥마실을 다녀오면서 볼일을 보는 날이 느는데요, 이렇게 혼자 집을 나설 적에 글월을 하나 적어서 큰아이 책상에 올려놓곤 합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글을 안 읽기 때문에 작은아이한테는 따로 남기지 않아요. 다만 먼 마실을 나오면 두 아이 모두한테 다른 고장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장만해서 글월을 띄우지요. 두 아이가 집에서 새롭게 짓는 놀이와 살림과 배움을 생각하면서 글월을 적어서 띄웁니다. 두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사랑을 간추려고 짧은 이야기로 엮어 글월을 써서 띄워요. 2017.5.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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