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꼬마 산타클로스
헨리케 빌존 그림, 아누 슈토너 글,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39



함께 즐거운 길은 다른 곳에도 있어

― 땅꼬마 산타클로스

 아누 슈토너 글

 헨리케 빌존 그림

 이현정 옮김

 달리 펴냄, 2002.12.10.



  살면서 쓴맛을 보는 때가 곧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되는데 나만 안 된다고 할 적에 쓴맛을 보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다 자리를 내주면서 나한테만 자리를 못 내준다고 할 적에 쓴맛을 봅니다.

  어른 사회를 돌아보면, 가방끈이 짧아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이 있습니다. 옷차림이 후줄근해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이 있어요. 돈이나 자가용이 없어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도 있지요. 더욱이 키나 몸매나 얼굴 생김새를 따지면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까지 있습니다. 요사이는 비정규직이라서 안 된다거나 이주노동자라서 안 된다고 하는 금긋기도 있고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금긋기는 아이들한테도 이어져요. 아이들은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지거나 놀면 즐거울 텐데, ‘우리 집 아파트 평수’라든지 ‘우리 집 자가용 크기’ 따위를 동무들하고 견주면서 자랑하거나 으스대곤 해요. 어우러짐이나 나눔이나 어깨동무가 아닌 금긋기를 어른 사회에서 지켜보고 이를 흉내내는 아이들은, 나중에 ‘어른하고 엇비슷한 사회’를 더 단단히 하는 길을 걷기 마련입니다.



땅꼬마 산타는 언제나 가장 먼저 너른 숲에 가서 크리스마트리로 쓸 아기 소나무를 구해 왔어요. 언제나 가장 먼저 썰매를 손질하고, 장화를 반짝반짝 닦아 놓고, 외투를 말끔하게 털어 놓았지요. (2쪽)



  그림책 《땅꼬마 산타클로스》(달리,2002)를 조용히 읽습니다. 언제나 바지런하고 언제나 솜씨가 좋으며 언제나 착한 ‘땅꼬마 산타클로스’예요. 그런데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대장 산타클로스’는 ‘땅꼬마 산타클로스’만 쏙 빼놓은 채 지구별 모든 아이들을 찾아간다고 해요. ‘다른 여느 산타클로스’는 ‘엇비슷한 키에 몸집’이라고 합니다. 오직 ‘땅꼬마 산타클로스’만 키도 몸집도 작대요.


  산타클로스 나라에서도 이렇게 금긋기를 하면서 따돌림을 할까요? 저는 산타클로스 나라에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또렷이 알 길은 없습니다. 산타클로스 나라에까지 따돌림이나 금긋기가 있다면, 키나 몸집을 놓고서 ‘다른 여느’ 산타클로스가 ‘땅꼬마’ 산타클로스를 놀린다면, 아아 대단히 슬프겠구나 싶습니다.



땅꼬마 산타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직접 만든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땅꼬마 산타는 장난감이라면 뭐든지 만들 수 있었지요. (4쪽)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 사회’에서 따돌림이나 금긋기가 있기 때문에 ‘산타 사회’에서도 따돌림이나 금긋기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리들 사람 스스로 아름다운 어우러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산타 사회에서도 아름다운 어우러짐은 못 나타날 수 있어요.



땅꼬마인 게 이렇게 좋을 수가! 땅꼬마 산타는 동물 친구들이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다가갈 수 있었어요. 동물 친구들은 한자리에 모여 있었지요. 다람쥐, 토끼, 곰, 노루, 생쥐 ……. “정말 나빠, 산타클로스는 사람들은 찾아가면서 우리한테는 오지도 않아.” (15∼16쪽)



  온누리 아이들한테 선물을 갖다 주는 일을 할 수 없는 땅꼬마 산타클로스는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아프고 괴롭기까지 할 테고요. 참말로 땅꼬마 산타클로스는 주눅이 들고 슬픔에 잠겨서 마구 부아가 나면서 거친 말이 나올 듯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에 ‘땅꼬마’이기 때문에 ‘숲속 작은 짐승’ 목소리를 들었고, 숲속 작은 짐승들 사이에 살그마니 스며들어요. 이 자리에서 땅꼬마 산타클로스는 ‘선물을 받으며 기뻐할 아이’는 ‘사람 아이’뿐 아니라 ‘짐승 아이’도 있는 줄 깨닫습니다. 굳이 모든 산타가 ‘사람 아이’한테만 선물을 챙겨 주어야 하지 않는다고 깨달아요. 모든 어린 것들한테 너른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기쁜 일이 있는데, 이를 여태껏 땅꼬마 산타를 비롯해서 대장 산타까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고 쳐다보지 못한 줄 깨달아요.


  자, 이제 땅꼬마 산타는 무엇을 할까요? 땅꼬마 산타는 푸념이나 투덜거리는 일만 할까요? 아니면 땅꼬마 산타는 새로운 길을 갈까요? 땅꼬마 산타 마음속에 기쁨이 일어나게 북돋우는 힘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느 길을 걸을 적에 기쁠까요? 우리는 어느 길을 걸으면서 활짝 웃는 아름다운 하루를 지을까요? 2017.5.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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