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짜내기



  손님이 많을 적에 두레상 구실도 하는 평상을 아침에 마무리합니다. 못을 마저 박고 옻을 발라서 말렸지요. 한낮 더위가 가라앉은 뒤에는 매화나무에서 매실을 두 아이하고 함께 땄어요. 두 아이는 사다리 타는 재미를 한껏 누립니다. 딴 매실을 손질할 적에는 힘들어 하기에 거의 혼자서 다 합니다. 이러고 나서 저녁을 새로 지어서 차리니,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뭇소리 없이 말끔히 밥그릇을 비우고 또 비우고 자꾸 비워요. 신나게 뛰논데다가 심부름을 제법 했으니 밥이 잘 들어갑니다. 두 아이를 재우고서 나란히 누울까 하다가 설거지하고 부엌일을 더 합니다. 한숨 돌리고서 밤에 일어나서 할까 하다가 한 방울 힘을 더 짜내어 치웁니다. 행주를 빨아서 묽기를 짤 적에 힘을 한 번 더 주면 몇 방울 주르륵 떨어지듯이,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나절에 기운을 다 썼네 싶으면서도 한 방울 기운을 더 짜낼 수 있어요. 이 한 방울이 있으니 어버이 자리에서 살아가겠지요. 2017.5.3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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