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빨래터에서 읽은 책 2017.5.28.
바야흐로 여름볕이다. 마을 빨래터에 물이끼가 쉽게 낀다. 봄까지는 보름에 한 번씩 물이끼를 걷었다면 이 여름에는 열흘마다 물이끼를 걷어야 하는구나 싶다. 물이끼를 걷는 동안 아이들은 시원한 물놀이를 한다고 여길 만할까. 다슬기가 잔뜩 늘어서, 다슬기를 먼저 주워서 옮기느라 한참 걸린다. 빨래터 치우기를 모두 끝내고서 담벼락에 걸터앉아서 동시집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를 읽으려 하니, 비로소 작은아이가 혼자 온다. 누나는 집에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작은아이는 긴신을 꿰고 찰방거리다가 맨발이 되어 긴신에 물을 붓고 논다. “옷 적셔도 돼요?” “네 마음대로 하렴.” 김용택 님이 교사살이를 마치면서 선보인 동시집이라 한다. 아무래도 교사로 바라보는 이야기가 많이 실릴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집이랑 도서관에서 함께 배우며 놀다 보니, ‘여느 학교 이야기’를 다루는 글은 좀 재미없다고 느낀다. 꽤 많은 동시집은 거의 모두 ‘어쩔 수 없이’ 학교랑 학원이랑 숙제랑 성적 이야기를 다루는데,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다고 하더라도 학교나 학원 이야기가 아닌, 어린이로서 살림을 짓거나 삶을 가꾸는 이야기를 더 다룰 수 있지는 않을까? 동시집을 다 읽고 나서 작은아이가 더 놀도록 해바라기를 할까 싶기도 하다가, 등허리를 쉬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간다. 작은아이야, 이제 빨래터를 자주 치울 테니 자주 와서 놀면 돼.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