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책 신나는 책놀이 시리즈
세드릭 라마디에 지음, 뱅상 부르고 그림, 조연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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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38


잔뜩 성나서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한테
― 화난 책
 세드릭 라마디에 글
 뱅상 부르고 그림
 조연진 옮김
 길벗어린이 펴냄, 2017.4.25. 11000원


  아이들은 잘 웃어요. 아이들은 잘 울어요. 웃기도 잘하지만 울기도 잘해요. 어른들은 어떨까요? 어른들은 웃음을 잘 터뜨릴까요? 어른들은 울음을 잘 터뜨릴까요? 아이들은 웃음도 울음도 감추지 않고 곧바로 터뜨리곤 하는데, 어른들은 웃음이나 울음을 그때그때 곧바로 터뜨릴까요?


어머 이런……
책이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1쪽)


  세드릭 라마디에 님이 글을 쓰고, 뱅상 부르고 님이 그림을 맡은 《화난 책》(길벗어린이,2017)을 처음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책이 새빨갛거든요. ‘화난’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잘 맞아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야말로 “불같이 화를 낸다”고 하거든요.

  성이 나거나 부아가 날 적에 사람들은 으레 얼굴이 벌게집니다. 피가 얼굴에 쏠리면서 시뻘겋지요. 곰곰이 헤아려 본다면 ‘빨강’은 한껏 달아오르는 성이나 부아나 골을 나타낸다고 할 만해요. 차분하지 못한 모습을 나타내고, 들끓는 모습을 나타내며,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싫거나 미운 느낌을 나타낸다고 할 만해요.


음…… 기분이 정말
나쁜가 봐요.
화난 상태로
그냥 내버려 두어요.
멀찍이 떨어져서
잠깐 기다려 주세요. (5쪽)


  그런데 있지요, 잔뜩 부아가 난 사람은 왜 부아가 났는지를 차근차근 말하기 어렵습니다. 잔뜩 부아가 난 탓에 마음을 고이 다스리지 못하지요. 들끓는 피를 가누지 못하는 터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악악 소리를 내뱉기도 하며, 부들부들 몸을 떨기도 해요.

  이때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몸을 부르르 떨며 부아를 내는 사람(어른이 되든 아이가 되든)한테 ‘얼른 좀 달래 보렴’ 하고 말할 수 있을까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골을 터뜨리는 사람(어른도 아이도 모두)더러 ‘얼른 골을 좀 삭혀 보렴’ 하고 말한들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줄까요?

  아마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골난 사람이나 성난 사람은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틈이 없지 싶어요. 골난 아이를 마주한 어버이라면 무엇보다도 기다려야지 싶어요. 성난 동무를 마주한 어른도 무엇보다 고요히 기다려야지 싶습니다.

  아무 말을 하지 말고, 괜히 성을 보태는 말을 얹지 말고, 조용히 차분히 가만히 얌전히 지켜보면서 기다려 주어야지 싶어요.


이제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왜 기분이 나빴는지 말이에요.
가까이 다가오세요.
책이 왜 화가 났었는지
여러분한테 속삭일 거예요. (11쪽)


  그림책 《화난 책》을 마주하는 아이들도 아마 깜짝 놀라리라 생각해요. 첫눈에도 확 끌려들어가리라 생각해요. 눈에 확 띄지요. 아이들이 골이 났을 적이든 아이들이 여느 마음일 적이든, 이 그림책은 아이들 눈을 사로잡으면서 이야기에 풍덩 빠져들도록 이끌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로서는 ‘내가 저런 낯빛이 되며 골을 내었구나’ 하고 돌아볼는지 몰라요. 아이들로서는 ‘이야, 골이 잔뜩 나서 아무 말이 안 들리나 보구나’ 하고 문득 느낄는지 몰라요.

  부디 골을 삭히고, 아무쪼록 성을 가라앉히며, 차근차근 부아를 씻어내어 웃음을 되찾는 마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성을 낸다고 해서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성을 안 내고 속으로 쌓아두기만 하면, 성을 속에 쌓고 안 터뜨리면 외려 속으로 곪아요. 웃음은 웃음대로 바로바로 터뜨려야 즐겁거나 기뻐요. 골이나 성이나 부아 모두 그때그때 터뜨려 주어야 아픔이나 슬픔이나 괴로움을 털어내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아이들도 골을 낼 수 있어요. 차분히 아이들 골부림을 받아 주셔요. 아이들도 성을 낼 수 있어요. 따스하게 아이들 성을 품어 주셔요. 아이들도 부아를 낼 수 있어요. 고요한 사랑으로 아이들 부아를 거두어 주셔요. 아이들도 뿔이 날 수 있어요. 맑은 눈빛으로 지그시 기다려 주셔요. 넉넉히 어루만지는 손길로 서로 아끼는 살림을 지으면 좋겠어요. 2017.5.2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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