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역에서 2분
기차역 맞이방에 있기보다는 기차옆 앞마당 나무그늘에 있고 싶습니다. 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순천역에서 기다립니다. 앞으로 사십 분쯤 기다려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연필을 손에 쥐고 글을 씁니다. 한창 글을 쓰다가 문득 시계를 살피니 09시 42분. 어라 벌써 이렇게 되었나? 부랴부랴 가방을 어깨에 걸고 등에 메고 하면서 달립니다. 기차표를 보니 09시 44분에 타야 합니다. 2분 남았어? 이야, 바지런히 달려야겠네. 눈썹을 휘날리며 계단을 날아오릅니다. 네, 날아오릅니다. 기차는 제때에 들어와서 제때에 떠나려고 합니다. 아슬아슬하게 기차에 오릅니다. 나무그늘 앞마당이 좋아서 그만 글쓰기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면 열 시가 넘도록, 제가 탈 기차가 떠나고 나서도, 까맣게 몰랐을 테지요. 2017.5.24.물.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