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절이를 하는 밤



  낮에 읍내마실을 하면서 우체국을 들르고 배추를 두 통 장만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바지런히 배추를 썰어 절여 놓습니다. 이러고 나서 양념을 마련하지요. 두어 시간 남짓 이대로 둡니다. 아이들이 잠듭니다. 밤에 겉절이를 합니다. 곁님하고 큰아이가 겉절이를 얼마나 잘 먹는지, 배추 한 통으로 담근 겉절이는 며칠이 안 되어 사라집니다. 배추 두 통 겉절이는 며칠이 갈 만할까요. 잘 먹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더욱 신나게 김치를 담급니다. 즐겁게 먹는 젓가락질을 지켜보니 새롭게 기운을 내어 여러 가지 김치를 담급니다. 겉절이를 담그고 나서 큰 통에 옮겨 놓는데, 다 옮기고서 손에 묻은 국물을 쪽 빨아 보니 “이야, 내가 담근 김치인데 이렇게 맛있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손맛이란 맛있게 먹어 주는 살붙이를 그리면서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손맛이란 즐겁게 먹으며 기쁘게 하루를 지을 아이들을 바라보는 동안 시나브로 깨어나지 싶어요. 2017.5.2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