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13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700



어버이로서 아끼는 마음은 새롭게 이어지고

― 은여우 13

 오치아이 사요리 글·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4.30. 5000원



  어버이는 아이한테 무엇을 물려줄 만할까 하고 자주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는 말이나 이야기를 물려준다는 생각을 해 보았고, 사랑을 물려준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숲으로 가꾼 보금자리를 물려준다는 생각을 해 보았으며, 스스로 꿈을 짓는 길을 물려준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본다면, 어버이는 아이한테 살림하는 기쁨하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물려주지 싶습니다.



“긴타로 님, 슬슬 유코에게 얘기할까 합니다. 긴타로 님에 대해서. 믿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마음대로 해. 네 딸이니까.” (17쪽)


“뭐 거짓말 같은 얘기지만 어쩌면 너한테도 조만간.” “진짜예요? 아빠.” “뭐, 내가 죽고 난 뒤겠지만.” “아빠한테도 보여요?” “그래.” “그럼 이 아이한테도 보이게 될까요?” (21쪽)



  오치아이 사요리 님 만화책 《은여우》(대원씨아이,2017) 열셋째 권이 오랜만에 한국말로 나옵니다. 열셋째 권에 이른 《은여우》는 어버이로서 짓는 기쁜 살림하고 즐거운 삶을 다룹니다. ‘은여우’를 알아본 3대 이야기가 흐르는데, 오늘 이곳에 있는 마코토, 마코토네 엄마, 마코토네 할아버지, 이렇게 세 사람 사이를 흐르며 이를 지켜본 은여우 이야기가 흐르지요.



“아빠는 처음에 무서워하셨어요?” “아, 뻣뻣하게 굳었었지.” “후후후. 아빠도 참. 아|빠가 긴타로 님에 대해 얘기를 해 주셨으니까요.” “용케 그런 얘기를 믿었군.” “제게는 전혀 꿈같은 얘기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이었으니까.” (34쪽)


“아무튼 나는 엄마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내 대신 우리 신사가 엄마를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괜찮아.” (52∼53쪽)



  마코토네 할아버지는 처음 은여우를 알아볼 무렵 무척 뻣뻣하면서 무서운 사람이었다면, 이녁 아이(마코토네 어머니)를 낳아 돌보는 동안 부드러우면서 따스한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해요. 마코토네 어머니는 이녁 아버지(마코토네 할아버지)한테서 이러한 기운을 물려받아서 새롭게 가꾸었겠지요. 따스하면서도 다부진 몸짓으로. 그리고 이 기운은 이녁 딸인 마코토한테 씩씩하면서 상냥한 마음으로 새롭게 이어가고요.



“엄마의 무녀 모습 진짜 예뻤겠지.”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을까?” (63쪽)


“나 행복해요. 제 마음도 함께, 모두에게 닿기를.” (82쪽)



  한국은 2017년 5월에 대통령을 새로 뽑았습니다. 새로 대통령 자리에 들어선 분은 이모저모 제자리를 찾도록 힘쓴다고 합니다. 아마 새로운 일을 하지는 못할 듯학고 ‘제자리 찾기’에만 힘을 쓸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이제껏 이 나라 정치나 행정은 새로운 일은커녕 제자리조차 제대로 못 잡으며 허우적거렸거든요. 오늘 한국 사회로서는 ‘제자리 찾기’가 바로 새로운 길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를 돌보며 가르치는 삶이나 살림을 ‘사랑’으로 바라보려면 한참 멉니다. 나라에서 내놓는 정책이라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제도권 교육 테두리일 뿐입니다. 그나마 이런 정책이 나오려면 해를 넘길 만하지 싶어요.


  어버이하고 아이가 서로 사랑하는 손길, 어버이가 아이한테 기쁘게 살림을 짓는 사랑을 밝히는 목소리, 어버이랑 아이가 보금자리를 숲으로 가꾸는 즐거움을 나누는 걸음, 이를 이야기하면서 펼 만한 정책이 나오려면 먼저 우리가 여느 우리 자리에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2017.5.1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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