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한테 팔이란



  사람은 팔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꼭 팔이 아닌 발을 써서도 일을 하는데,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면, 팔로 호미를 쥐어 땅을 쪼고, 낫을 쥐어 풀을 벱니다. 삽을 쥐어 땅을 파고, 칼을 쥐어 도마질을 합니다.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해서 널고 걷고 개지요. 짐을 들어 나르고,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겨요. 아이들을 씻기고, 어버이인 내 몸을 씻습니다.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합니다. 행주질을 합니다. 설거지를 마치면서 개수대를 슥슥 비벼서 물때를 벗겨요.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요. 자전거 손잡이를 쥐고 달려요. 마을에서 보름에 한 차례씩 마을 어귀 빨래터 물이끼를 슥슥 수세미로 밀어서 벗깁니다. 바야흐로 저녁을 차리고서 팔에 힘이 다 빠지네 싶으면서 지끈지끈합니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나서 기운이 더욱 도니 더 신나게 놁고 싶습니다. 어버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팔심을 가다듬으면서 이것저것 건사해야지 하고 느낍니다. 네 식구 나란히 곯아떨어질 무렵까지 씩씩해야지요. 2017.5.1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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