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컬렉션 : 일곱 가지 컬러 웨스 앤더슨 컬렉션
웨스 앤더슨.매트 졸러 세이츠 지음, 막스 달튼 그림,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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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05


원작에서 얻은 재미로 영화를 새로 찍다
― 웨스 앤더슨 컬렉션, 일곱 가지 컬러
 웨스 앤더슨·매트 졸러 세이츠 이야기·글
 조동섭 옮김
 윌북 펴냄, 2017.4.10. 15800원


  영화로 나온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아이들하고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로 먼저 보았고, 나중에 이 영화가 나오는 바탕이 된 어린이문학이 있는 줄 알았어요. 어린이문학은 한국말로 ‘멋진 여우 씨’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영화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여우와 짐승한테 따로 이름이 붙고, 영화에 나오는 못된 사람들한테도 따로 이름이 붙습니다. 이러면서 여우이며 짐승이며 사람들이며 저마다 그와 같은 이름에 맞는 몸짓이나 이야기가 흘러요.

  어린이문학에서는 여우나 짐승한테 딱히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여우 씨는 그냥 ‘여우 씨’일 뿐이고, 여우네 새끼(아이)들은 그냥 여우네 새끼들입니다. 다른 짐승도 이와 같아요. 다만 못된 사람들 셋한테는 따로 이름이 있으며, 이 이름에 걸맞게 저마다 다른 몹쓸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 배우는 누가 있지?’ 같은 것보다 ‘우리가 아는 사람이 누구지?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 재미있고 눈에 띄고 우리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그러면서 이 역할을 기꺼이 맡을 사람이 있나?’ 같은 거였죠. (43쪽)

그 영화의 많은 부분은 당시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을 포착하는 시도죠.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각각이 당시 그 순간 그 사람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그런 영화에 속합니다. (57쪽)


  웨스 앤더슨 감독이 비평가 매트 졸러 세이츠하고 나눈 이야기를 담은 《웨스 앤더슨 컬렉션, 일곱 가지 컬러》(윌북,2017)가 있습니다. 이 책은 웨스 앤더슨이라는 영화감독이 어떻게 살아오면서 어떻게 영화를 찍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영화감독을 아는 분은 아는 분대로 이 책에서 ‘영화를 찍는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감독 이름을 모르던 분은 모르던 분대로 이 책을 읽다가 ‘아하, 내가 본 그 영화를 이 사람이 찍었네’ 하고 깨달을 수 있어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는 바로 웨스 앤더슨 감독이 새롭게 찍은 작품이에요.
  

저한테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은 없으니까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제가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것들과 큰 연관이 있죠. (102쪽)

저는 촬영할 때 늘 생각합니다. 분명히 이렇게 할 거라고, 바로 이런 방식으로 할 거라고. (167쪽)


  영화를 찍는 사람은 어떤 마음인지 알고 싶다면 영화감독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겠지요. 또는 영화감독이 손수 쓴 글을 읽어야 할 테고요. 때로는 영화감독이 입으로 들려준 말을 찬찬히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영화만 보아도 영화감독이 어떤 마음인가를 짚을 수 있으나, 영화와 얽혀 따로 붙이는 말을 들어 본다면 영화를 더 깊거나 넓게 생각하면서 새삼스레 즐길 수 있기도 해요. 《웨스 앤더슨 컬렉션, 일곱 가지 컬러》라는 책은 이 책에 붙은 이름처럼 웨스 앤더슨이라는 영화감독이 ‘일곱 빛깔’과 같은 마음과 손길로 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곱 가지 영화를 놓고서 일곱 빛깔로 다른 이야기가 흐른다고 밝히지요. 비평가 한 사람이 웨스 앤더슨 영화를 비평하는 글을 사이사이 넣으면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가 길게 흐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볍게 지나쳤을 법한 대목하고 얽힌 이야기를 이 책에서 새삼스레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와 원작이 왜 이렇게 다를까 하는 궁금함도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풀 수 있기도 해요.


‘원작에서 아쉬운 게 뭐지?’ 하는 방식으로 책에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분량을 더 길게 늘리고, 몇몇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서 이름과 성격을 넣은 것뿐이죠 … 결국 영화는 정확히 로알드 달은 아니었죠. 이건 확실히 로알드 달을 따른 영화고, 저희는 로알드 달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저희가 로알드 달에게 충실하려고 애쓴 방법 중 하나는, 미스터 폭스가 곧 로알드 달이라고 생각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269쪽)


  어느 영화는 원작을 알뜰히 옮겨서 보여줍니다. 어느 영화는 원작이 있더라도 마치 둘이 다른 작품인 듯 흐릅니다. 저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에서 두 작품이 서로 다르게 흐르면서 서로 만나는 대목이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어린이문학 ‘폭스’에서는 여우 씨가 아이들하고 힘을 모아 슬기롭게 일을 풀면서 멋진 삶을 이루는 모습이 고갱이입니다. 영화 ‘폭스’에서는 여우 씨 못지않게 어린 여우 둘이 다투다가도 사이가 좋아지는 얼거리에다가 못된 사람들하고 얽힌 더 깊은 이야기를 다루면서 볼거리를 베풀어요. 어린이문학은 ‘글을 읽으며 우리 스스로 생각을 지피도록’ 한다면, 영화는 ‘화면을 보며 그 자리에서 영화감독 나름대로 키운 꿈을 고스란히 보도록’ 하는 얼거리입니다.

  다르면서 비슷한 두 작품을 보면서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우리 꿈을 드러내는 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우리 삶에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새롭게 삭여서 새로운 이야기를 지필 수 있어요.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을 얻기에, 이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을 새삼스레 북돋운다고 할까요.

  새로운 길을 찾으면서 새로운 영화가 태어납니다. 새롭게 생각을 가꾸면서 새로운 문학이 태어납니다. 새롭게 꿈을 마음에 품기에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2017.5.1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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