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5.12.


슬슬 찔레꽃이 올라온다. 후박꽃이 지고 장미꽃이 핀다. 지고 피는 꽃이 어우러진다. 후박꽃이 지면서 후박알이 맺고, 곁에서 자라는 초피나무도 초피알이 굵는다. 매화알도 많이 굵어서 곧 따려 한다. 이모저모 살림을 꾸리고 나무질을 하느라 부산한 하루이다. 머리를 식히고 팔다리를 쉬려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시집 《기하학적 고독》을 읽는다. 이공계 교수로 일하면서 시를 쓴다는 김익진 님이라는데, 글만 쓰는 시인이 쓰는 시하고 결이 퍽 다르다. 이공계 공부를 하는 길에 꿈을 짓는 이야기를 시로 쓰는 대목이 제법 잘 어울리는구나 싶다. 박해정 동시집 《넌 어느 지구에 사니?》도 읽어 본다. 어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를 다녀올 적에도 읽고, 빗소리와 함께 마저 읽는데, 살짝 오락가락하는구나 싶은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얼마 앞서 읽은 《할망에 우엉팟듸 자파리》라는 제주말 동시집 탓이리라. 제주말로 수수하게 읊는 동시집 《할망에 우엉팟듸 자파리》만 한 동시집을 요 몇 해 사이에 못 보았다. 시골살이를 담거나 그려도 시골스러운 말씨가 없이 도시스러운 말씨로 범벅을 할 적에는 알쏭달쏭하다. 《넌 어느 지구에 사니?》라는 동시집에 톡톡 튀는 말재주가 있을는지 몰라도, 톡톡 터지는 벼꽃이나 밀꽃 같은 수더분한 손길은 적구나 싶다. 조금 더 가다듬으면서, 조금 더 시골스럽게 마을스럽게 투박하게 갈무리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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