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5.11.
책을 부치려고 읍내마실을 하는 길이다. 요새는 책을 부칠 적에 유칼립투스나무를 살짝 켜서 함께 보낸다. 나무에서 이토록 고운 냄새가 퍼지는 줄 요즈음 새삼스레 생각한다. 어제는 향나무를 켜 보았더니 이름에 걸맞게 엄청난 냄새가 온 마당하고 집안까지 퍼졌다. 집이나 마을에 나무가 있고 없고가 더없이 다르겠네 하고 생각한다. 나무가 있기에 나무가 베푸는 냄새를 늘 맡는다. 나무가 자라기에 나무가 아우르는 숨결을 고이 마신다. 우리는 나무를 곁에 두지 못하는 채 살면서 사람다움을 잊거나 잃을 수 있으리라 본다. 《맛의 달인》 둘째 권을 읽는다. 일본에서는 1985년에 나왔고, 한국에서는 1997년에 정식번역판이 나왔다. 참으로 묵은 《맛의 달인》 둘째 권인데, 오늘 군내버스에서 읽으며 여러모로 새롭다고 느낀다. 우리 입뿐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는 맛은 유행이나 언론보도에 따를 수 없다. 우리 입이며 마음을 사로잡는 맛이란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곱게 품는 따사로운 손길에서 비롯한다. 공장처럼 한꺼번에 찍어내는 맛은 살림지기가 하나하나 손품을 들이는 맛에 댈 수 없을 뿐 아니라, 몸에도 이바지를 못하겠지. 나무 한 그루는 하루아침에 자라나지 않는다.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를 자라고, 백 해 이백 해 삼백 해를 큰 나무가 바로 우리한테 기쁘며 싱그러운 숨을 주고 ‘나뭇감’을 베푼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