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 놓기



  양파랑 호박이랑 감자를 부칩니다. 밀가루하고 쌀겨를 반죽해서 양파하고 호박하고 감자를 둘러서 부치고는, 앵두나무 곁에서 잘 자란 쑥을 뜯어서 쑥지짐이를 합니다. 두 아이는 쑥지짐이는 거의 손을 안 대고 양파부침하고 호박부침하고 감자부침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습니다. “우리 아이들아, 아버지 몫은?” 따로 접시에 덜어 놓으면 아이들이 안 건드립니다. 이때에는 어머니나 아버지 몫을 다른 접시에 챙겨 놓는 줄 알아요. 그러나 안 던 채 밥상에 올려놓으면 이 아이들은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고 다 비웁니다. 잘 먹으니 고마우면서, 덜어 놓지 못하니 아쉽습니다. 막상 부침개를 한 사람은 한 점도 못 먹기 때문에 아쉽지 않아요. 아버지가 부엌일이며 빨래이며 부산하게 일을 하느라 함께 밥상에 둘러앉지 못할 적에 한 점씩 남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밥상 매무새를 놓고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습니다. 2017.5.1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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