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2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699



한 걸음 나아가려는 길

― 경계의 린네 25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7.4.25. 4500원



  여러 가지 길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이 있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길이 있어요. 뒷걸음을 치는 길이 있고, 옆으로 새는 길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든 모두 길이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거듭나지 못합니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면, 더디더라도 앞으로 한 걸음씩 내딛을 수 있어야 해요.



‘죽은 날에서 기억이 멈췄구나.’ (31쪽)


“아시겠어요? 10년이 지난 겁니다. 그리고 모두 어른이 됐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비웃지 않아요.” (41∼42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7) 스물다섯째 권을 읽습니다. 이른바 ‘성불’하지 못한 이들은 한 걸음을 미처 내딛지 못하고 떠돈다고 할 만합니다. 뜻하지 않게 숨을 거두면서 제자리걸음을 해요. 때로는 샛길로 빠지고, 때로는 뒷걸음을 치지요.


  이 만화를 이끄는 로쿠도 린네는 이들을 살펴서 저승으로 보내는 일을 합니다. 부디 느긋하면서 차분하게, 또 너그러우면서 따스하게 모든 아쉬움을 내려놓고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바라요.



“이 원본, 진짜 골드 면허증이 있는 한, 모조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이봐, 아버지! 그게 정말로 진짜야?” “어떻게 당신 같은 쓰레기가 골드 면허를 딸 수 있지?” (77쪽)


“마미야 사쿠라, 지금까지 여러모로 신세를 졌는데, 한꺼번에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어?” (102쪽)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이는 죽은 이만이 아닙니다. 산 자리에서도 한 걸음을 못 내딛는 이가 있어요. 이를테면 린네네 아버지가 있어요. 사신 세계에서 공무원 노릇을 하는 이도 있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늘 가난뱅이 살림에 허우적거리는 린네 스스로도 한 걸음을 못 내딛는다고 할 만해요.


  한쪽에서는 한 걸음을 내딛는다고 할 만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한 걸음을 못 내딛거나 옆걸음이나 뒷걸음을 친다고 할 만합니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바라보지 못하기에 옆걸음이나 뒷걸음이요, 스스로 사랑하려는 마음에서 멀어지기에 옆걸음이나 뒷걸음이라고 할 만해요.



“그럴 시간에 통지표에 성적을 적을 생각은 안 들었어요?” “그건 미처 생각 못했어.” (120쪽)


“그런 것보다 문제는 당신입니다! 염원이 이루어져 저주라는 글자를 완성한다는 것은 즉, 완전한 악령으로 전락한다는 뜻이에요!” “후, 이미 늦었어. 설령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더 바랄 것이.” (184∼185쪽)



  꿈을 그리려는 마음일 적에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꿈이 사라진 마음에서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옆걸음이거나 뒷걸음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마음에 사랑을 지필 적에 한 걸음을 새롭게 내딛어요. 사랑을 잊거나 잃은 몸짓일 적에는 바보스럽거나 엉터리로 이리저리 헤매고요.


  늦은 일이란 없어요. 늦는 일도 없어요.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됩니다. 누구나 처음처럼 한 걸음을 디딜 수 있으면 되어요. 두 다리가 있고 두 손이 있어 걸을 뿐 아니라 지을 수 있기에 비로소 사람이라는 삶을 이룹니다. 2017.5.1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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