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4.27.


큰아이는 집에서 물감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작은아이는 아버지를 따라서 우체국에 다녀오기로 한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도 긴소매옷을 내려놓지 못하는 작은아이인데 오늘 마실을 가는 길에 드디어 긴소매옷을 벗겼다. 아아, 놀라워라. 긴소매옷을 벗겨 반소매 차림으로 시원하게 다니는 작은아이를 보며 얼마나 개운한지. 작은아이는 비로소 무언가를 느끼는 듯하다. 아마 나도 어렸을 적에 이러했으리라 본다. 군내버스에서 동시집 《이 세상 절반은 나》를 읽는다. 곽해룡 님 동시집인데, 예전에 읽은 곽해룡 님 동시집은 어딘가 억지스럽거나 말장난 같은 대목이 많이 보였다면, 이 동시집은 차분하면서 산뜻한 이야기가 흐르지 싶다. 괜찮네. 이러한 결을 잘 살려서 이야기를 이끌면,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신다면 좋겠다. 글치레나 말치레가 아니어도 동시는 아름다울 수 있다.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아도 수수한 글맛에서 동시가 한껏 춤출 수 있다. 그리고 온누리 절반이 나라기보다 ‘온누리가 모두 나’라고 할 만하지 싶다. 아이들은 늘 이러한 마음으로 뛰노는구나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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