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4.20.


요즈음 큰아이가 능금을 써는 재미를 붙인다. 칼질을 하며 아직 ‘손이 베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다 떨치지 못했으나 해 보고 또 해 보면서 차츰 솜씨가 는다. 제법 능금을 쌓아 놓고 살았으나 어느새 큰아이 칼놀림으로 바닥이 난다. 능금하고 양파라고 장만할 생각으로 읍내마실을 한다. 큰아이는 처음에 함께 가겠노라 하다가 발목이 아파서 안 가겠단다. 어제 나무를 톱질하며 놀다가 나뭇가지에 긁힌 자리가 아프단다. 작은아이는 아버지를 따라서 가겠단다. 오늘도 작은아이하고 둘이 오붓하게 버스마실을 한다. 함께 노래를 듣다가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김탁환 님 소설책을 편다. 소설책을 읽기는 아주 오랜만이다. 웬만해서는 소설책을 읽을 일이 없다만, 이 소설책은 4·16 이야기를 다룬다. 여러 갈래에서 여러 눈길로 여러 사람이 얽힌 4·16 이야기이다. 찡하며 애틋한 이야기가 고빗사위처럼 흐르기도 하고, 여러모로 이야기를 맞추려고 좀 군더더기스러운 대목을 많이 집어넣기도 했다. 군더더기스러운 대목을 꼭 넣어야 소설이 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살을 덜어도 될 텐데 싶기도 하다. 읍내에서 저자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다섯째 권을 읽는다. ‘후회망상’ 아가씨가 이제는 바보짓을 뉘우치는 하루를 그만둘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후회망상에 스스로 사로잡히며 해롱거릴는지 더 두고볼 노릇이지만, 서른 한복판을 달리는 아가씨들은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바보짓’이 아닌 ‘사랑짓’을 바란다. 바라야 살아갈 수 있고, 바랄 때에 비로소 그 삶길을 갈 수 있으니, 부디 씩씩하게 새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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