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4.20.


엄청난 책을 만난다. 《원전집시》이다. 마치 들풀과 같은 ‘무명인’이라는 출판사에서 낸 책이다. 이 출판사는 전북 고창에 있단다. 책 엮음새는 많이 투박하다고 할 만하다. 시골스럽다. 시골에서 책을 내니 시골스러운 투박함을 고스란히 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책이 가볍고 단단하다. 무명인 출판사에서 낸 책은 아마 출판사로 곧장 전화를 해야 살 수 있을 듯하다. 아직 《원전집시》는 누리책방에서도 살 수 있다. 이 책을 갖추는 마을책방이 생길 수 있을까? 줄거리도 남다른 멋진 책을 하나 새롭게 만난 이 사월 봄날에 햇볕을 쬐면서 읽는다. 어느덧 후박꽃이 흐드러진다. 우리 집 후박나무는 우리 식구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주 무럭무럭 자란다. 우듬지까지 후박꽃이 가득 핀다. 올해에는 이 후박나무가 맺을 후박알을 멧새한테만 주지 말고 우리도 나누어 받아서 뭔가 재미난 것을 지어 보자고 생각한다. 《원전집시》를 쓴 일본 ‘하청 원전노동자’한테도,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한테도, 이 책을 펴낸 시골 출판사한테도 고맙다고 절을 올린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