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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랑 제니랑 ㅣ 춤추는 카멜레온 123
롤라 M. 섀퍼 글, 제시카 미저브 그림, 아이생각 옮김 / 키즈엠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26
하루 내내 같이 놀고, 꿈에서도 함께 놀다
― 오빠랑 제니랑
롤라 M. 섀퍼 글
제시카 미저브 그림
아이생각 옮김
키즈엠 펴냄, 2014.5.8. 11000원
아이들이 노래합니다. 서로 즐겁게 어우러지면서 노니까 노래합니다. 뭔가 삐걱거리거나 부딪힐 적에는 노래가 아닌 새된 소리가 튀어나올 테지요. 서로 즐겁게 어우러질 적에는 놀이도 심부름도 그저 재미나면서 까르르 웃음이 터지고 노래가 신나게 흘러요.
아이들 곁에서 어버이가 넌지시 노래합니다. 서로 아끼면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기에 어버이는 즐겁게 노래합니다. 다만 아이들 눈에 뜨이지 않는 먼발치에서 살그마니 노래합니다. 이때에 아이들은 어버이가 곁에 있는 줄 못 느끼지 않습니다. 느끼기는 하되 굳이 더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저희가 짓는 놀이에 담뿍 빠집니다. 문득 둘레를 살피며 어버이가 곁에 있는가를 헤아리는데, 어버이가 부엌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밭일을 하며 저희를 안 쳐다보더라도 마음이 느긋하면서 아늑합니다. 이 보금자리에 함께 있구나 하고 느끼기에 더욱 개구지게 놀고 더더욱 날갯짓을 하면서 놀아요.
제니는 오빠랑 함께 놀고 싶어요. (4∼5쪽)
롤라 M. 섀퍼 님이 글을 쓰고, 제시카 미저브 님이 그림을 그린 《오빠랑 제니랑》(키즈엠,2014)이라는 그림책은 밝고 싱그러우면서 어여쁘구나 싶습니다. 이 그림책 첫머리에는 오빠랑 놀고 싶으나 오빠가 ‘나 바빠!’ 하면서 안 놀아 주는 모습이 흐릅니다. 동생은 매우 서운하고 섭섭하며 골이 납니다.
그런데 말예요, 동생은 투정이나 투덜거림을 이내 멈춰요. ‘나랑 안 놀아 준다’고 해서 더는 서운해 하지 않기로 해요. ‘나랑 놀아 주건 말건’ 동생 제니는 동생 제니 나름대로 스스로 즐거울 놀이를 찾으려 합니다. ‘누가 놀아 주기에 놀이’가 아닌 ‘스스로 즐겁기에 놀이’가 되는 길을 찾아나서지요.
(제니는) 혼자 그림을 그려요. (8쪽)
또, 솜씨가 좋아서 맛있는 요리도 척척 만들어요. (13∼14쪽)
그림책에 나오는 오빠는 때때로 혼자 놀고 싶어요. 그림책이 아닌 우리 집에서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때때로 혼자 놀고 싶습니다. 이때에 작은아이는 큰아이 곁에 달라붙으면서 온갖 투정에 투덜거림에 골을 잔뜩 부려요.
그렇지만 작은아이도 막상 혼자 노느라 바빠서 큰아이를 안 쳐다볼 때가 있습니다. 저(작은아이)는 혼자 놀 적에 누나(큰아이)는 부르지도 않고, 아예 생각조차 안 하지만, ‘혼자 하는 놀이’가 끝나면 어김없이 이래저래 누나가 저랑 같이 ‘놀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요.
아직 어리니까 투정을 부릴 만합니다. 그러나 아이들 나라에서뿐 아니라 우리 어른을 돌아보아도 아이들하고 그리 다르지는 않구나 싶곤 해요. 어른들도 혼자 놀기 심심해서 자꾸 동무나 이웃을 부르거나 찾아요. 씩씩하게 ‘혼밥·혼술·혼마실·혼놀이’를 즐기기도 하지만, 밥이든 술이든 마실이든 놀이나 영화나 책이든, 누가 곁에서 함께 해 준다면 더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 일쑤예요.
어둑어둑 밤이 찾아오면, 제니와 오빠는 또다시 함께 멋진 모험을 떠나요. (28∼31쪽)
그림책 《오빠랑 제니랑》에 나오는 두 아이는 처음에는 따로 놀다가 어느새 함께 놉니다. 한 번은 오빠가 앞장서서 놀이를 이끕니다. 한 번은 동생이 앞장서서 놀이를 이끕니다. 오빠가 이끌든 동생이 이끌든, 둘은 서로 아끼면서 기꺼이 함께 움직입니다. 이끄는 몸짓을 고이 여기면서 서로 보듬으려는 따사로운 몸짓이 됩니다.
혼자일 적에는 혼자 마음껏 놀되, 함께일 적에는 함께 아끼고 도우면서 노는 즐거운 한때를 잘 보여준다고 할 만해요. 함께하는 기쁨이 어떻게 피어나는가 하는 웃음잔치를 참으로 잘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어놀던 두 아이는 잠자리에 든 뒤에도 함께 논다고 해요. 어떻게? 바로 꿈에서요. 꿈에서 새롭게 만나 함께 꿈나라에서 더욱 신나게 하늘을 날면서 논다지요.
우리 집 아이들도 꿈자리에서 가끔 서로 만난다고 하는데, 형제 자매를 이루는 온누리 아이들은 이렇게 살뜰한 마음으로 기쁘게 놀 수 있겠지요. 뭔가 툭탁거리거나 부딪힐 만한 일이 있으면 부디 어느 한쪽이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고는, 씩씩하고 홀가분하게 새로운 놀이를 서로 지으면서 환하게 피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7.4.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