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앓이
안 먹던 무언가를 먹으면 꼭 배앓이를 하는 몸입니다. 안 하던 무언가를 할 적에도 으레 배앓이를 하는 몸입니다. 이러다 보니 어릴 적부터 굳이 새로운 일이나 놀이를 잘 안 하려 했지 싶어요. 몸이 무척 고단하니까요. 그렇지만 새로운 일이나 놀이를 이럭저럭 하다 보면 몸은 어느새 나아지고 배앓이가 사라집니다. 낯익거나 입에 자주 대던 밥조차 한동안 멀리하다가 다시 가까이하면 어김없이 배앓이를 하는 몸인 터라 ‘뭐는 못 하고 뭐는 되고’가 저한테는 따로 없어요. 다시 말하자면, 몸은 늘 새로워지려고 배앓이를 하지 싶어요. 묵거나 낡은 일을 내려놓고서 새로운 일로 접어들려 하면, 신나게 배앓이를 하면서 새로운 몸이 되려고 한달까요. 그러니 이 몸을 붙안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틈틈이 배앓이를 해야지 싶어요. 너무 자주 하면 몸이 고될 테니 달포에 한 번쯤 새롭게 나아가면 어떠하랴 싶습니다. 달포마다 새로운 길을 걷고, 달포마다 속을 깨끗하게 비우고, 달포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어서고, 달포마다 몸도 한결 가벼워지고 …… 구태여 뭔 약을 안 먹어도 몸이 저절로 배앓이를 베풀어 주어 스스로 깨달아요. ‘오늘 나는 무언가 새로운 길을 걸었네’ 하고요. 배앓이가 좀 가라앉으면 아이들 곁에 누우려 합니다. 2017.4.1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