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4.14.


읍내 우체국에 다녀오려고 군내버스를 탄다. 어제 도서관학교 소식지 스물아홉 통을 부쳤고 오늘 스물일곱 통을 부치러 가는 길이다. 오늘은 아무도 안 따라오겠거니 여겼으나 작은아이가 막판에 “나도 갈래!” 하면서 마당을 가로지른다. 버스를 타니 싱글벙글 웃는 작은아이. 넌 버스가 그리 좋으면 날마다 버스를 꿈그림으로 그려서 앞으로 우리가 어디로든 느긋하게 다닐 수 있게 해 보렴. 둘이 오붓하게 노래를 들으면서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를 읽는다. 열흘쯤 앞서 순천 마을책방 〈책방 심다〉에 마실을 가서 장만한 책이다. 어제 군내버스를 탈 적부터 읽는데 안으로 파고들수록 더 재미나다. 마음이 지치는 일터에서 고단하게 견딘 이야기는 읽는 나로서도 고단하다. 그러나 이 일터를 뛰쳐나온 뒤 세계여행을 하다가 지갑을 도둑맞아 빈털터리가 된 얘기라든지, 얼마 없는 돈으로 출판사를 열어 통장에 남은 돈이 바닥날 즈음 편집외주로 버티다가 ‘밑바닥에 있으니 새 일꾼(직원)을 뽑아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자그마치 일곱 사람이 일하는 오늘날 ‘좌충우돌 출판사’가 되었다는 ‘미시마샤’라는 얘기는 재미있다. 어째서 이런 출판사 이런 얘기가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책마을지기로서 즐겁게 일하며 활짝 웃는 마음결이 고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할까. 우체국 마감 코앞에 소식지를 부친다. 읍내 가게에 들러 무를 네 뿌리 장만한다. 오늘은 못하고 이튿날 저녁 즈음 깍두기를 담글 생각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10대와 통하는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마저 읽는다. 이 책을 쓴 이임하 님은 한때 ㅈㅈㄷ이라는 매체가 앞장서서 ‘좌편향 역사책 공세’를 하느라 고달팠던 적이 있다. 《10대와 통하는 한국 전쟁 이야기》라는 책을 ㅈㅈㄷ이 한창 깎아내렸지. 이즈음 새로 나온 ‘선거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한국 전쟁 이야기’ 못지않게 우리 현대사에서 일그러진 얼굴이 차곡차곡 나온다. 뜻깊은 책이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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