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우리 도서관학교 운동장 가운데에는 길게 도랑이 있습니다. 이곳은 비가 오면 물이 고입니다. 물이 고이면 곳곳에서 개구리가 모여듭니다. 이 개구리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물만 고였다 하면 어김없이 모여들어 노래하고 헤엄칩니다. 이 도랑 옆을 지나갈 사람은 아이들하고 저뿐. 그야말로 느긋하게 노래하던 개구리는 우리가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갈 때라야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헤엄을 치며 달아나려 하거나 죽은 듯이 배를 까뒤집습니다. 이때에 두 아이는 어김없이 이 소리를 듣습니다. 허둥지둥 놀란 개구리가 물에 퐁당 뛰어드는 소리라든지 허겁지겁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듣지요. “개구리가 왜 저래?” “사람 발자국 소리를 아주 잘 듣거든. 그래서 무서워서 저러지.” “우리가 왜 무서워? 우리는 쟤네 잡아먹지 않는데.” “개구리는 소리를 아주 잘 듣지만, 이 소리가 새인지 사람인지, 사람 가운데에서 우리인지 낯선 누구인지 몰라. 우리 발소리를 자주 들으면 앞으로는 우리 발소리를 알아채고는 안 무서워할 테지만 아직 무서워할 수 있어.” 배를 까뒤집고 죽은 척하는 개구리를 오래도록 들여다보니 개구리 스스로 너무 힘든지 슬그머니 몸을 돌려 잰 몸놀림으로 사라집니다. 2017.4.1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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