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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 ㅣ 꿈꾸는 작은 씨앗 10
클로딘 오브룅 글, 보비+보비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27
엄마도 숨을 쉬고 바람을 쐬어야 한다
― 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
클로딘 오브룅 글
보비+보비 그림
이정주 옮김
씨드북 펴냄, 2015.4.30. 11000원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가 햇볕하고 바람을 쐴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제아무리 멋진 집에서 살더라도 아이는 ‘집 안쪽’에서만 살 수 없어요. ‘집 바깥쪽’에서 일도 하고 놀이도 하며 살아야겠지요.
우리가 쉬는 숨은 지구를 두루 흐르는 바람이에요. 집을 둘러싼 곳, 집 바깥에서 흐르는 싱그럽고 상큼한 바람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을 적에 몸이 튼튼해요. 우리가 먹는 밥은 지구를 고루 비추는 해가 있어서 얻어요.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숲이 있는 이 땅에 비추는 해를 고루 받아들일 적에 아이도 어버이도 몸이 튼튼해요.
나는 엄마를 산책시키길 좋아해요. 산책은 엄마한테 좋은 거니까요.
엄마도 숨을 쉬어야 해요.
바람도 쐬어야 하고요.
좀 움직여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1∼5쪽)
그림책 《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씨드북,2015)을 읽어 봅니다. 마치 아이가 그린 듯한 투박하면서 깔끔한 그림결이 상큼한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두 사람이 나와요. 먼저 ‘어머니(엄마)’가 나오고 ‘아이’가 나와요. 아이는 어머니가 바깥바람을 쐴 수 있도록 북돋웁니다. 아이는 어머니를 데리고 마실을 해요.
아이는 어머니가 마실을 해야 하는 까닭을 찬찬히 밝힙니다. 첫째, 마실은 어머니한테 좋대요. 둘째, 어머니도 숨을 쉬어야 한대요. 셋째, 엄마도 바람을 쐬어야 하고, 무엇보다 좀 움직여야 한대요.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는 골쟁이(골만 내는 사람)가 된다지요.
이 얘기를 하나하나 곱씹으면 어느 말이나 옳습니다. 참 그렇지요. 어머니가 ‘집에만 갇힌’ 듯이 일만 해야 한다면 얼마나 고단할까요. 아기를 돌보느라 온통 집에서만 맴돌이를 하면 얼마나 힘들까요. 이 그림책 첫머리에 나오는 “엄마도 숨을 쉬어야 해요”하고 “바람도 쐬어야 하고요”는 그지없이 눈물겨운 한 마디라고 느낍니다. 한국에서 김국환이라는 분이 이런 노래를 부른 적이 있지요.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 하고요.
난 집을 나서기 전에 엄마에게 쉬는 했는지,
간식은 챙겼는지 물어요. (6∼7쪽)
아이는 어머니를 이끌고 마실을 나오는 길에 이것저것 꼼꼼히 챙깁니다. “쉬는 했는지” 묻고 “간식은 챙겼는지” 묻습니다. 이밖에 옷은 제대로 입었는지, 모자나 장갑은 챙겼는지, 또 ……. 이것저것 잘 챙겼는가 하고 묻는 말을 읽다 보면, 어이쿠 뭔 잔소리가 이렇게?
그러나 이 잔소리란 여느 어버이가 여느 아이한테 으레 툭툭 내뱉는 수많은 잔소리 가운데 하나일 테지요. 우리 어버이는 우리 아이를 잘 챙기고 싶다는 마음에 그만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말아요.
잔소리가 아닌 사랑소리라면 좋겠는데요. 잔소리는 그만두고 사랑노래를 부르면 즐거울 텐데요. 잔소리는 그치고 사랑스러운 손길이랑 목소리로 아이를 부를 수 있으면 아름다웁겠지요.
난 엄마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엄마는 자주 정신을 딴 데 팔거든요.
공상에 잠기기도 하고요.
엄마는 전화를 하고, 또 전화를 해요. 또 전화를 하고, 또 전화를 해요. (12∼15쪽)
《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에 나오는 아이는 이녁 어머니한테서 눈을 못 뗀다고 합니다. 살짝 눈을 떼기라도 하면 어떤 딴짓을 할는지 알 수 없대요. 웃긴 노릇이지요? 우리 어버이는 우리 아이가 딴짓을 할까 싶어 걱정하지만, 거꾸로 아이 눈이 되어 어버이를 헤아리면 ‘우리 어버이는 어른으로서 온갖 딴짓을 하기 일쑤’라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요.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하는 수많은 여느 어버이는 마실길에 곧잘 딴짓을 합니다. 이 일을 본다든지 저 일을 본다든지 …… 자꾸자꾸 딴짓이지요. 게다가 아이하고 마실을 나왔는데 우리 어버이는 웬 ‘전화질’을 안 그칠까요? 이러면서 아이더러 ‘넌 아직 전화기 안 된다’고 금을 그어요.
이를 아이 눈으로 바라보자면 우리 어버이는 얼마나 바보스러운 몸짓일까요. 우리 어버이는 너무 잔소리가 많은데다가 너무 오래 딴짓을 하면서 막상 아이를 제대로 못 바라보는 살림은 아닌가 싶어요.
엄마를 산책시킬 때에는 손을 꼭 잡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엄마는 툭하면 길을 잃거든요. (18∼19쪽)
그림책 《엄마를 산책시키는 방법》은 뒤집기(패러디)를 하는 이야기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뒤집기라기보다는 ‘아이 눈으로 살림살이를 바라보기’를 하며 서로 아끼는 사랑스러운 살림으로 거듭나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느껴요. 그리고 ‘아직 이 지구별 수많은 어머니’는 너무 많은 집일을 무거운 짐으로 두 어깨에 짊어진다고 하는 대목도 슬프고 쓸쓸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엄마도 숨을 쉬고 바람을 쐬어야 한다는 이야기란, 엄마라는 이름인 ‘가시내’가 숨이 막히는 사회요 바람을 못 쐬는 굴레가 아직 깊은 사회라는 뜻이라고 봅니다. 이런 사회에서 사내는 얼마나 숨을 잘 쉬고 얼마나 바람을 잘 쐴 만할까요? 가시내도 사내도, 또 어버이도 아이도, 서로 즐거이 손을 맞잡고 바람을 쐬거나 마실을 누리면서 살림을 사랑으로 지을 수 있는 길을 그려 봅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숨을 쉬는 아름다운 삶터를 그려 봅니다. 2017.4.1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