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4.12.



몸을 쉬는 하루이다. 느긋하게 밥을 짓고, 넉넉하게 볕을 쬔다. 마을책방 이야기를 하나 마무리지어 본다. 사전 원고를 새로 가다듬으면서 쓰고, 곧 보낼 마감글도 글머리를 잡아 둔다. 엊그제 열무김치를 담갔으니, 하루나 이틀쯤 쉬고 깍두기를 새로 담그자고 생각한다. 앵두꽃은 모두 졌으나 모과꽃이 새로 피고, 갓꽃에 동백꽃이 한창 흐드러진다. 흰민들레는 마당하고 뒤꼍에 소담스레 핀다. 돌담에 꽃마리꽃도 이쁘장하게 고개를 내민다. 우리 집에 깃들기만 해도 봄꽃마실을 실컷 누린다.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는 안민영 님이 새로 선보인 《서울 골목의 숨은 유적 찾기》를 읽는다. 닷새에 걸쳐 서울 여러 곳에 ‘숨은 유적’을 찾아나선다는 이야기를 사진하고 글로 보여주는데, 참으로 훌륭하게 이모저모 재미나게 길잡이를 해 보인다. 책은 딱 닷새에 걸쳐 두 다리로 마실하는 ‘역사 배우기’인데, 이 닷새마실을 이끌려고 적어도 다섯 해는 수없이 다리품을 팔았으리라 느낀다. 어쩌면 열다섯 해나 스물다섯 해쯤 다리품을 팔았을 수 있다. 훌륭하네. 이분이 썼다는 다른 책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드는 한국사 유물 열아홉》하고 《낯선 그리움의 땅, 만주》도 곧 살펴보려고 한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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