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42] 싹트다



  나무줄기 한켠에서 겨울눈이 돋으면서 추운 겨울 동안 고요히 자랍니다. 이 겨울눈을 지나 비로소 움이 트고, 움이 트면서 싹이 돋습니다. ‘눈·움·싹’은 모두 새롭게 태어나거나 깨어나거나 피어나려고 하는 숨결을 나타내요. ‘눈트다·움트다·싹트다’처럼 쓰기도 하면서, 눈이나 움이나 싹이 나오는 모습을 가리키지요. 이 세 낱말은 잎이나 줄기가 새로 뻗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우리 마음이나 생각이나 사랑이나 느낌이 새로 일어나는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눈트는 그리움이고, 움트는 사랑이며, 싹트는 기쁨이에요. 어떤 일을 이제 처음으로 해 보려고 눈트는 즐거움으로 나섭니다. 먼 곳에 사는 동무를 만나려는 마음이 오래도록 움트면서 한결 반갑습니다. 아직 힘이 모자라지만 씩씩하게 새로운 일을 맞아들이면서 싹트는 재미를 키워요. 조그마한 눈이며 움이며 싹은 바야흐로 짙푸른 잎이 되거나 야무진 줄기가 되거나 싱그러운 꽃이 됩니다. 2017.4.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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