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인천 배다리로 바깥일을 보러 옵니다. 이곳에 있는 ‘배다리 사랑방’에서 하룻밤을 묵습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다가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고는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합니다. 여느 길손집이라면 잠자리에 빗자루나 걸레가 없을 터이나, 이곳 ‘배다리 사랑방’은 배다리마을에서 손수 가꾸는 보금자리 쉼터예요. 마을 분들이 으레 이곳에서 모이거나 쉽니다. 저 같은 길손은 때때로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습니다. 여느 길손집이라면 묵는 삯만 치르고 떠나면 그만일 텐데, 이곳은 마치 우리 보금자리하고 같은 쉼터라서 즐거이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합니다. 큰 거울이 씻는방에 있기에 이 거울도 물때를 말끔하게 벗깁니다. 걸레질을 마치고 걸레를 빨았는데, 널 만한 데가 안 보입니다. 저는 짐가방에 늘 옷걸이를 여럿 챙기며 다녀요. 아이들하고 함께 마실을 나올 적에 저녁에 옷을 빨아서 널려는 뜻입니다. 저한테는 옷걸이가 넉넉히 있으니 가방에서 하나 꺼내어 젖은 걸레를 꿰어 마당에 널어 놓습니다. 제 옷걸이 하나가 이곳에서 아주 조그마한 살림살이 노릇을 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2017.4.1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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