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뿌리를 심다가
밤 한 시 사십오 분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가방을 꾸립니다. 아침 일곱 시 첫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가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새벽 다섯 시 무렵 소리쟁이잎을 썰어 설탕에 재웁니다. 소리쟁이잎은 어제 낮에 뜯어서 씻고 말려 놓은 뒤 저녁에 한창 썰어서 재웠는데, 마개까지 꽉 찼어요. 하루 지나면 조금 숨이 죽어 더 들어가리라 여겼습니다. 참말로 하루(라기보다 몇 시간) 지나니 소리쟁이잎 석 줌을 더 넣을 수 있습니다. 어제 심으려다가 미처 못 심은 파뿌리 다섯을 새벽 여섯 시에 심습니다. 곰밤부리를 호미로 훑어서 자리를 마련하고, 훑은 곰밤부리는 새로 심은 파뿌리 둘레에 고이 깔아 놓습니다. 지난해 봄께 심은 파는 겨울에도 씩씩하게 잘 살았고, 한 해 동안 꾸준하게 새 줄기를 내주었습니다. 지난겨울부터 심은 파뿌리도 저마다 씩씩하게 새 줄기를 올리면서 우리한테 고맙게 새 줄기를 내주어요. 가볍게 다 심고서 들딸기꽃을 바라보고 갓꽃을 바라봅니다. 소담스레 붉은 꽃송이로 온통 잔치를 이룬 동백나무를 바라보다가 직박구리 한 마리가 초피나무 가지에 앉아서 한참 나를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를 듣습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면서 오늘 하루를 새롭게 엽니다. 2017.4.1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