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34. 일곱 살 커피
일곱 살 작은아이가 커피를 탄다. 곁님이 작은아이더러 커피를 타 볼 수 있느냐고 물었고, 곁님은 작은아이더러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그렇게 하라고 말로 알려주었다. 작은아이는 곁님 말을 듣고서 부리나케 부엌으로 가서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하고는 어머이한테 커피 한 잔을 살살 들고 온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도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 커피를 가끔 타 본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가 맛있게 드셨는지 남기셨는지 모른다만, 날마다 커피 타기를 시키셨으면, 또는 내가 날마다 우리 어머니한테 커피를 타서 드렸으면, 나는 커피를 꽤 잘 탈 수 있었을 테지. 새롭게 한 번 배우고 나서 꾸준하게 익히고 가다듬고 손질하고 보태거나 깎는 동안 비로소 ‘솜씨’라고 하는 ‘살림’이 깨어난다. 2017.3.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