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3.26.
꽃을 기다리는 봄, 아니 어느덧 꽃내음이 훅훅 번지는 봄이다. 매화꽃은 며칠 앞서부터 꽃이 지면서 꽃비를 흩뿌린다. 사나흘째 꽃비가 흩뿌리는데 매화나무 둘레로 얼추 이삼십 미터까지 꽃내음이 짙다. 더욱이 꽃잎이 떨어진 둘레에는 오래도록 꽃내음이 번진다. 새로 돋는 쑥이며 봄나물하고 어우러지는 매화꽃잎 냄새란. 황경택 님이 빚은 그림으로 태어난 《꽃을 기다리다》를 가만히 읽어 본다. 겨울을 씩씩하게 살아낸 겨울눈이 이 봄에 어떻게 깨어날는지 상냥하게 지켜본 눈길로 따사로이 담아낸 그림이 도톰하다.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보여주는 겨울눈이 싱그럽다. 봄잎도 봄꽃도 산뜻하다. 사진을 찍을 적에도 한참 지켜보고서 찍을 테지만, 그림을 그릴 적에는 더욱 오래 지켜보면서 곰곰이 샅샅이 낱낱이 들여다보기 마련이다. 사진을 안 찍고 그림을 안 그리면서 나무나 풀을 지켜본다면? 이때에는 이때대로 마음에 깊이 담을 만하겠지. 아이들은 봄나무나 봄풀이나 봄꽃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늘 마음에 따사로운 숨결을 담는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