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66. 흙내



  흙놀이를 하기에 흙내를 맡아요. 모래놀이를 하면 모래내를 맡지요. 꽃놀이를 하면 꽃내를 맡습니다. 물놀이를 하면 물내를 맡고, 바람처럼 달리면서 바람이 되는 바람놀이를 하면 바람내를 맡고요. 술을 마시는 어른은 술내를 맡고, 달걀찜을 먹으면 달걀내를 맡으며, 밥을 새로 지으면 밥내를 맡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 스스로 하는 일이나 놀이에 맞추어 숱한 냄새를 맡고 받아들이면서 헤아립니다. 이리하여 흙놀이를 하거나 흙일을 하지 않은 채 흙내 나는 사진을 못 찍어요. 골목마을에서 살며 골목살림을 짓지 않은 채 골목내 퍼지는 사진을 못 찍어요. 책방마실을 즐거이 누리며 책 하나 가슴에 품지 않는다면 책내 흐르는 사진을 못 찍습니다. 2017.3.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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