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풀 삼총사 - 정의를 위해 싸운다! 큰곰자리 27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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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93



힘센 아이한테 세 아이가 처음으로 맞서다

― 콩팥풀 삼총사

 유승희 글

 윤봉선 그림

 책읽는곰 펴냄, 2017.2.10. 1만 원



  힘센 아이는 왜 여린 아이를 괴롭힐까요? 저로서는 힘센 아이로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아요. 모든 힘센 아이가 모든 여린 아이를 괴롭히지는 않아요. 그리고 모든 여린 아이가 힘센 아이 앞에서 늘 주눅들지만은 않아요. 힘센 아이 앞에서 오금도 못 펴는 아이가 있지만, 힘세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꼭 힘이 세다고 해서 여린 아이를 괴롭힌다고 느끼지 않아요. 힘이 세지만 언제나 여린 아이하고 한자리에 있으면서 돕고 아끼는 따사로운 동무가 있어요.



“아, 그랬구나. 나랑 인사 나누려고 했구나.” 풀무치는 싹싹하게 웃으며 팔을 사마귀 어깨에 척 걸쳤어요. 사마귀는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거든요. (16쪽)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제멋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사마귀 놈도, 자식 편만 드는 교감 선생님도, 그리고 교감 선생님에게 제대로 따지지 못하는 길앞잡이 선생님도!” (44쪽)



  유승희 님이 글을 쓰고 윤봉선 님이 그림을 그린 어린이책 《콩팥풀 삼총사》를 읽습니다. 이 책은 풀벌레 마을에 빗대어 사람 마을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을 다룹니다. 풀벌레 마을은 온갖 풀벌레가 어우러지는 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 교감은 사마귀예요. 이 학교에서 힘센 노릇은 바로 사마귀가 해요.


  그렇다고 교감 선생님인 사마귀가 힘센 노릇을 하지 않습니다. 교감 선생님네 아이인 사마귀가 힘센 노릇을 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교감 선생님 사마귀는 아이 사마귀가 학급하고 학교에서 어떤 짓을 하는지 몰라요. 한집에서 살고 같은 학교에 있지만, 정작 교감 선생님 사마귀는 제 아이가 동무한테 얼마나 못살게 구는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 사마귀는 아버지이자 교감 선생님인 사마귀 앞에서 거짓말을 일삼았고요.



하지만 아무리 쫓아도 콩중이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잡을 만하면 풀숲으로 숨고, 돌아서면 주먹으로 엊어맞기를 여러 번, 사마귀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어요. “앙앙, 이놈, 두고 보자. 앙앙, 아버지에게 일러서 혼내 줄 거야.” (51쪽)


터덜터덜 걷던 방아깨비가 갑자기 멈춰 섰어요. “스스로 이겨 내는 수밖에.” 풀무치가 했던 말이 떠올랐거든요. “얘들아, 잠깐 내 말 좀 들어 봐.” 모두들 무슨 일인가 하고 걸음을 멈췄어요. “우리 한 번만 용기를 내자. 맞는 게 무섭더라도. 맞게 되더라도. 한 번만 용기를 내 보자.” (78쪽)



  힘센 사마귀가 동무 풀벌레를 모두 괴롭히는 동안 모든 풀벌레 아이들은 괴롭습니다. 이 어린이책은 풀벌레 마을에 빗대었을 뿐, 사람 마을에서 똑같이 생기는 ‘학교 폭력’으로 아이들이 얼마나 슬프며 주눅이 드는데다가 재미도 보람도 즐거움도 없는가를 낱낱이 그려요.


  그런데 한 가지 고빗사위가 있어요. 이 풀벌레 마을에 ‘새로운 풀무치’가 찾아와요. 그동안 이 풀벌레 마을 풀벌레 학교에는 ‘같은 풀벌레’가 꼭 풀무치 둘만 있었는데, 다른 마을에서 풀무치 한 마리가 찾아와서 풀무치는 세 마리가 됩니다. 이리하여 이 세 풀무치는 ‘콩팥풀’이라는 이름 앞머리를 쓰는 짝꿍이 되어요.


  세 풀무치는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힘센 사마귀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숫자로 1:3이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다른 풀벌레 마을에서 찾아온 ‘콩팥풀’ 가운데 ‘풀이’는 사마귀를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저 여느 풀벌레 동무로만 여깁니다.


  다른 풀벌레는 ‘풀이’가 하는 몸짓을 보면서 조금씩 생각을 바꿉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마음에 드리웠지요. 무척 오랫동안 힘센 사마귀한테 짓눌리거나 주눅이 들었지만, 씩씩한 동무를 지켜보면서 마음속에서 작은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여린 풀벌레가 서로 똘똘 뭉쳐서 힘센 사마귀’한테 맞서는 슬기를 모두어요.



그 순간 사마귀는 알게 되었어요. 화려하던 시절은 이제 영영 가 버렸구나. 다시는 약한 곤충을 괴롭히지 못하게 되었구나. “하하, 내가 언제, 선물을 바랐다고. 하하, 니들이 찾아와 줘서 고맙…….” 아이들은 사마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몸을 홱 돌렸어요. (85쪽)



  어린이책 《콩팥풀 삼총사》는 사람 마을 학교 폭력을 풀벌레 마을에 빗대어 한결 부드러우면서 찬찬히 짚는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아쉬워요. 풀벌레 마을이라면, 사람처럼 똑같이 장난감이나 돈이 오가는 모습이 아니라, 참말로 풀밭살림을 더 깊게 헤아리면서 이야기해 볼 만하지 않았으랴 싶어요.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 풀벌레이지만, 막상 ‘풀벌레 살림살이’를 엿보거나 들여다볼 만한 대목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사람 아이’가 나오도록 해서 이야기를 풀어 보아도 되지 싶어요.


  그리고 《콩팥풀 삼총사》는 ‘풀무치 풀이’가 거의 영웅처럼 다른 여린 풀무치를 이끄는 모습이 돋보여요. 영웅이 있어도 말썽거리를 풀 수 있기는 한데, 영웅 같은 한 아이보다는, 참말로 ‘콩팥풀’ 셋이 여린 힘이랑 슬기로 더 아름답게 실마리를 푸는 길을 다룰 만하지 싶어요. 주먹에는 똑같이 주먹으로 맞서는 이야기가 이 책을 통틀어 너무 길게 나옵니다. 이러다가 마지막에 ‘주먹이 아닌 사랑’으로 ‘풀무치 풀이’가 힘센 사마귀를 타이르는 대목이 갑자기 나왔어요.


  힘센 사마귀로서는 스스로 뉘우치거나 깨달을 겨를이 없이 영웅 풀무치 하나가 모든 실마리를 맺고 풀면서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지은 셈입니다.


  아무튼 이 어린이책은 우리 아이들한테 한 가지를 잘 밝혀서 보여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에요. 나한테 힘이 있다고 여린 이를 괴롭히는 데에 쓰지 않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힘이 있으니 여린 이를 아끼고 보살피는 데에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힘이 없으면 동무나 이웃한테 따순 손길을 바라기도 하고, 무엇보다 언제나 스스로 차근차근 기운을 내어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7.3.2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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