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3.17.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 아침 일찍 인천에서 시외버스를 탈까 하다가 생각을 바꾼다. 서울에 있는 ㅊ출판사 분을 만나서 새로 낼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인천서 고흥 가는 시외버스는 시간이 더 걸리고 찻삯마저 세다. 외려 인천에서 서울을 거쳐서 고흥 가는 길이 시간이 적게 걸리고 찻삯도 눅다. 도시에서조차 ‘서울바라기’ 얼거리인 줄 새삼스레 느낀다. 시외버스를 타고 두 시간 즈음 달콤하게 눈을 붙였다. 밀린 잠을 좀 자 본다. 이러고 나서 《막스 플랑크》를 읽는다. 존 L 하일리븐 님이 쓴 책으로, 1992년에 한국말로 나왔다. 이 책은 예전에 읽은 적 있고, 우리 도서관학교에도 한 권 있다. 그러나 어제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이 책을 다시 보면서 문득 새로 장만해서 한 번 더 읽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요 몇 해 사이에 양자물리학을 배우는 터라 예전에 《막스 플랑크》를 읽었을 때보다 한결 즐겁고 빠르면서 쉽게 헤아려 보면서 재미있다. 지난 발걸음을 모두 내려놓고서 늘 새롭게 한 발을 떼는 삶, 전쟁을 바라보는 눈길, 나치 암살과 얽혀 그만 붙잡혀 사형으로 일찍 이슬이 된 아들 이야기, 곧고 착한 마음을 지키려는 과학자 한길, 이런 여러 가지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사람들은 저마다 얼마나 곧거나 착한 마음결인지, 나 스스로 어떠한 곧음이나 착함으로 이야기를 지피는가를 되새긴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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