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사다
우리 보금자리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새로 배우는 길을 헤아리면서 몇 가지를 다짐했어요. 이 가운데 하나는 ‘한국말 아닌 외국말 한 가지’는 저마다 꼭 배우자입니다. 둘째는 ‘어느 악기이든 꼭 한 가지’는 저마다 꼭 하자예요. 아이들하고 곁님한테는 바이올린이 하나씩 있습니다. 새내기가 소릿결 익히는 값싼 것이에요. 저는 북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태 가까이 북을 장만하지 못했어요. 고흥 시골에서 악기집을 못 찾기도 했고, 서울마실을 하며 악기집에 찾아갈 틈을 못 냈어요. 어제 인천에서 오랜 악기집에 들렀어요. 이 악기집은 제가 인천에서 아주 어릴 적부터 보던 곳이에요. 아마 마흔 해는 되었음직한 오랜 악기집이지요. 어릴 적에 이 악기집 앞을 지나갈 적마다 ‘언젠가 이 악기집에 있는 멋진 악기를 살 날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날이 바로 어제가 되었어요. 거의 마흔 해를 이 악기집 창문으로 멋진 악기를 구경만 했다가 바야흐로 처음 ‘우리 집 악기’를 들인 셈이에요. 아이들하고 함께 북놀이랑 북노래를 즐기려고 서양북 하나랑 한국북 하나를 장만했어요. 북을 둘 더 장만해서 네 식구가 저마다 하나씩 쥘 수 있기를 바라지만, 우리 살림돈은 아직 북 네 점을 장만할 만하지는 않습니다. 머잖아 북 두 점을 더 장만할 수 있겠지요. 크고 무거워서 택배를 맡기고, 북채만 가방에 꽂습니다. 작은아이가 바이올린 활을 부러뜨려서 바이올린 활도 새로 장만해서 가방에 꽂습니다. 저도 바이올린을 켜 볼까, 배워 볼까 생각하면서, 145000원 값이 적힌 바이올린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악기집 아재한테 여쭙니다. “얘도 바이올린이지요?” 하고요. 악기집는 빙긋 웃으시면서 “손님, 이 악기는 우쿨렐레입니다.” 하셔요. “그래요? 아이고, 바이올린하고 우쿨렐레도 가리지 못했네요. 어쩜 이렇게 바보스러울까요.” 하면서 저도 따라 웃었어요. 그럼 저는 우쿨렐레를 배워 볼까요? 북값도 곧 장만하고, 우쿨렐레 장만하는 값 145000원도 곧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2017.3.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