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 (도서관학교 숲노래 2017.3.1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조선낫을 쥐고 풀을 벱니다. 지난가을 뒤로 아직 한쪽은 풀을 눕히지 못한 자리가 있어요. 겨우내 시든 이 자리에 선 풀을 조선낫으로 툭툭 치고 밟습니다. 잘 시든 풀포기가 바작바작 소리를 내며 흙바닥에 판판하게 덮입니다. 지난겨울 꿩 여러 마리가 어디쯤에서 살았으려나 하고 어림해 봅니다. 이제 도서관학교 둘레로 아이들이 마음껏 빙빙 돌 만하도록 풀을 다 눕힙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마을 할매 한 분이 이곳에서 쑥을 캐시기에 뜯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이곳은 우리 쑥이고 우리가 먹을 쑥이라고, 할매들은 저마다 ‘한 사람이 뜯는데’라든지 ‘이 많은 쑥을 우짤라고 그러는데’라든지 ‘지심 매 주는 거 아니냐’라든지 ‘그동안 여기에서 쑥을 뜯었는데’라든지 ‘한 마을 사람 아니냐’라든지 ‘그냥 쑥인데’라든지 온갖 핑계를 댑니다. 그러나 할매네 밭은 농약을 늘 듬뿍 치니 쑥이 자랄 틈이 없지요. 우리 도서관학교는 농약 없이 고이 건사하니 쑥이 잘 돋지요. 할매들은 으레 ‘이녁 혼자’만 쑥을 뜯는다 여기지만 마을에 할매가 한 분이겠습니까. 더구나 할매들은 쑥이며 나물이며 들딸기이며 죄 훑어내니 남아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 땅에 이것저것 캐거나 벤다며 몰래 들어오지 마셔야 합니다. 할매들 호미질은 서리나 나눔을 훨씬 넘어섭니다. 올봄에도 수선화는 방긋 고개를 내밉니다. 반갑구나. 참 눈부신 얼굴이로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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