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빨래터에서 읽는 책 2017.3.14.


도서관학교 둘레에서 풀을 베고 눕힌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자리를 넓히려고 겨우내 시든 풀줄기를 조선낫으로 치고 발로 밟는다. 봄볕을 받는 자리가 따스하고 쑥이 곳곳에 오른다. 긁히고 쓸리고 흙이 묻은 다리랑 신을 씻는 김에 빨래터 물이끼를 걷으려 한다. 봄볕은 따스한데 해가 기울며 그늘이 지니 빨래터 물이 매우 차다.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한 빨래터 물답다. 물이끼를 걷는 동안 작은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로 놀고, 큰아이는 《우주소년 아톰》을 바지런히 읽는다. 물이끼를 다 걷고 나서 발바닥을 말리려고 빨래터 담벼락에 걸터앉는다. 두 아이는 일찌감치 걸터앉아서 볕바라기를 한다. 《고양이 낸시》를 편다. 쥐마을에 아기 적부터 깃든 고양이 한 마리를 둘러싸고 수많은 이야기가 벌어진다는 줄거리를 다루는 만화책이다. 이 만화책은 아이들이 읽어도 되겠네 싶다. 모처럼 아이들하고 함께 누릴 만한 만화책 하나를 만나는구나. 작은아이가 바람이 차다며 집으로 가자고 해서 책을 덮는다. 샛밥을 지어 함께 먹는다. 나는 먼저 그릇을 비우고서 《고양이 낸시》를 더 읽는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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