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87



가장 여린 사람이 가장 세요

― 이누야샤 4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2.3.25. 4500원



  만화책 《이누야샤》 넷째 권에서는 ‘삿포’라고 하는 귀여운 요괴가 새로 나옵니다. 다른 요괴나 사람이 보기에 싯포는 ‘귀여운’ 요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싯포로 본다면 싯포는 ‘죽은 아버지(여우 요괴)’ 앙갚음을 하고 싶은 아픔에 몸부림을 치는 아이예요. 아직 힘(요력)이 너무 여려서 아버지 앙갚음도 못 하고 제구실을 못하는 때도 잦지만, 이 모두를 넘어서고 싶은 아이랍니다.



‘카고메. 나를 구해 줬는데, 나는 버리고 도망쳤어. 제, 제기랄.’ (12쪽)


“뭐, 구해 줄 수도 있지만. 그래, 엎드려 빌어. 그럼 지금까지 한 짓은 물에 흘려보내 주지.” (16쪽)



  《이누야샤》에 나오는 여럿 가운데 힘이 가장 여리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사람인 카고메’입니다. 카고메는 요괴는커녕 벌레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을 만한 가장 여린 아이예요. 그러나 이 카고메는 힘이 가장 여리다고 할 수 있지만, 기운이 드셀 적에는 어느 누구도 이겨내지 못할 만해요. 왜 그러한가 하면, 가장 여린 카고메가 ‘온마음으로 아파하면서’ 도와주고 싶은 뜻이 일어날 적에는 참말 어느 누구도 말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러할까요. 왜 가장 여린 카고메는 가장 고빗사위가 될 만할 적에 어느 누구도 이겨내지 못할 만한 어마어마한 힘을 낼 수 있을까요? 게다가 카고메는 그 여린 힘인 주제에 어떻게 요괴 싯포를 도와서 살려 주고 제가 잡혀 가고야 말까요. 더구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고빗사위에서조차 기운을 잃지 않고 생각을 지어 수를 낼까요?



“그보다 카고메가 걱정입니다.” “응? 그 여자는 괜찮을 거야. 묘하게 질긴 데가 있어서.” “그러면 좋겠지만, 워낙 그 뇌수 형제가, 예쁜 여자를 잡으면 바로 잡아먹어 버린다는데요.” (30쪽)


‘그 이전에 나, 고등학교에 갈 수나 있을까? 이누야샤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 못하고.’ (116∼117쪽)



  나는 이 만화책을 읽다가 한동안 덮고서 밥을 짓습니다. 아침을 짓고 저녁을 짓습니다. 나는 만화책만 느긋하게 볼 수 있는 몸이 아니거든요. 이 만화책이 처음 한국말로 나올 무렵이던 2002년에는 아이가 없이 홀가분한 몸이었으니 그저 줄거리만 좇았어요. 이제 이 만화책을 나중에 ‘아이한테 물려주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아주 깨끗한 책으로 새롭게 장만해서 우리 서재도서관 책꽂이에 꽂아 놓습니다. 열 몇 해 만에 새롭게 읽고 줄거리와 속뜻을 헤아려 보는데,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슴이 아픕니다.


  가장 여린 사람이 가장 세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여요. 이토록 여린 카고메가 숱한 이웃이나 동무를 아끼면서 돕는 대목에서 가슴이 아프지요. 와, 이렇게 여린 카고메가 오히려 이웃을 돕는구나! 힘있는 사람은 이웃을 못 돕는데, 외려 여린 카고메야말로 이웃을 돕네!



“그만둬, 카고메. 유령은 요괴와 달라서, 때려잡아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냐. 섣불리 건드렸다간 다치는 정도로 안 끝나.” “그냥 둘 순 없어.” (145쪽)


“마유, 돌아가자. 이대로는 안 돼! 돌아가서 맨 먼저 엄마랑 화해해야지?” “안 났어?” “응?” “엄마, 화 안 났어?” (179쪽)



  지옥에 끌려갈 어린 넋을 본 카고메는 지나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요괴들은 그저 지나치려 하지만 카고메만큼은 지나치지 못합니다. 카고메는 이 어린 넋이랑 함께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이런 대목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오직 이 어린 넋한테 말을 걹고 이야기를 나누려 하며, 마음을 달래 주려 해요.


  이리하여 어린 넋은 지옥에 안 떨어집니다. 카고메가 온몸과 온마음을 기울여서 따스한 사랑을 나누어 주었기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새로운 하늘나라로 갈 수 있어요. 카고메는 이렇게 이웃이나 동무를 도우면서 ‘여린 힘’은 여린 힘대로 고스란히 있으면서 다른 테두리에서 ‘더 깊고 너른 사랑’으로 자랍니다.


  우리는 무엇을 붙잡으면 좋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거머쥐어서 살면 좋을까요? 우리는 무엇이 되면 좋을까요? 《이누야샤》는 만화책 이름이 ‘이누야샤’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카고메’라고 해도 될 만한, 아니 ‘카고메’한테서 비롯한 이야기라고 할 만하지 싶어요. 2017.3.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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