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3.7.
느즈막하게 아침을 짓는다. 국만 새로 끓인다. 배고픈 사람은 스스로 챙겨 드시오 하는 마음으로 국을 따뜻하게 끓여 놓고서 아이들을 부른다. 큰아이만 먹겠노라 하니 큰아이더러 스스로 반찬을 꺼내고 밥상을 닦고 수저를 챙기라 이른다. 큰아이가 손수 밥을 뜨고 국을 뜬다. 국 그릇은 뜨거우니 내가 들어 준다. 이러고서 만화책을 펼친다. 《코우다이 가 사람들》 넷째 권이다. 첫째 권도 둘째 권도 셋째 권도 모두 재미있었고, 넷째 권도 참으로 재미있다. 마음을 읽는 사랑 이야기가 재미있다. 살림을 함께 지으려는 생각 이야기가 맛깔스럽다. 이 만화책에 앞서 《동과풀이》라는 한국 만화책을 읽어 보는데, 《동과풀이》는 그림이나 줄거리나 짜임새가 꽤 엉성하다. 뭔가 남다른 이야깃감을 젊은 눈높이에 맞추어 그리려고 했구나 싶기는 한데, 알맹이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림결도 아직 틀에 안 잡혔다. 아니 그림결은 아직 틀이 안 잡혀도 된다. 그렇지만 뭔가 참 많이 빠진 엉성한 얼개나 줄거리는 도무지 보아주기 어렵다. 억지로 참으며 읽다가 2/3쯤에서 그만둔다. 같은 만화라도 《코우다이 가 사람들》은 가벼운 붓질로 사람들 마음결이나 생각을 날카로우면서 부드러이 잡아채어 재미나게 보여줄 줄 안다. 이야기 흐름도 매끄러울 뿐 아니라 군더더기가 없는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우다이 가 사람들》은 넣을 이야기는 꼼꼼히 넣고, 건너뛸 이야기는 가볍게 건너뛰는 만화스러운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