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대구 순천



  3월 4일 새벽바람으로 고흥을 나서서 순천을 거쳐 포항으로 갔습니다. 사진틀 석 점을 포항 ‘달팽이책방’에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진틀을 벽에 걸고서 책방지기님하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쁜 책을 살펴보다가 여러 권을 장만합니다. 이러고서 택시를 타고 포항 버스역으로 가서 대구로 달리는 시외버스를 탑니다. 토요일 저녁에 대구 시내에 자동차가 꽤 많습니다. 자동차가 적은 고흥에서 살다가 대구라는 고장에 오니 새삼스레 자동차 물결로 놀랍니다. 대구 버스역에서 택시를 타고 ‘서재를 탐하다’라는 마을책방으로 갑니다. ‘달팽이책방’에 들렀을 적에도 참 이쁜 마을책방이 마을을 밝히네 하고 느꼈는데, ‘서재를 탐하다’에 닿으면서도 참 이쁜 마을책방 한 곳이 마을을 환하게 밝히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참말로 이 작은 마을책방이 작은 마을이 얼마나 아기자기하면서 재미난가 하는 대목을 잘 밝히지 싶어요. 우리한테는 더 큰 책방이나 더 큰 마을이 아니라, 더 작은 책방에 더 작은 마을이면 넉넉한 줄 잘 알려주어요. 저녁 여섯 시 반부터 ‘서재를 탐하다’에서 이야기꽃을 피웠고, 이튿날 새벽 네 시 삼십오 분까지 이야기꽃이 지지 않았습니다. 때가 퍽 늦어 여관에 들기에 어정쩡하니, 피시방에서 한숨을 돌리고서 아침 여덟 시에 대구 서부버스역에서 순천 가는 버스를 탔어요. 신나게 자면서 순천으로 달리는데 문득 버스가 한동안 안 움직이네 하고 느껴서 눈을 뜨니, 어라 어느 버스역에 닿았군요. 순천에 왔구나, 얼른 안 내리면 자칫 여수까지 가겠네, 하고 부랴부랴 내리는데, 버스역 모습이 어쩐지 낯섭니다. 아, 광양이네. 순천이 아니네. 버스가 떠나기 앞서 다시 버스에 오르고는, 순천 버스역에 닿을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버팁니다. 하하. 순천 버스역에 내려 낯을 씻고는 바로 고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를 탔고, 십 분쯤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즐겁게 책 한 권 읽으면서 고흥에 닿았어요. 곁님이랑 두 아이를 그리며 먹을거리를 좀 장만해서 택시를 타고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씻고 밥 한 끼 먹고 세 시간쯤 즐거이 꿈나라를 누볐어요. 2017.3.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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