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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25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17년 1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680
두려움이나 살림을 짓는 사람은 바로 나
― 백귀야행 25
이마 이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시공사 펴냄, 2017.1.25. 5000원
일본에서는 1995년부터 나왔고, 한국말로는 1999년부터 나온 만화책 《백귀야행》입니다. 25권은 일본에서 2016년에 나오고, 한국에서는 2017년에 나옵니다. 스무 해 넘게 이야기가 흐르지만 아직 이 만화책은 끝날 줄 모릅니다. 아마 끝날 수 없을 테지요. 우리를 둘러싼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잔뜩 있을 테니까요.
“밭의 신이라곤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그렇게 믿었을 뿐, 실제로 무엇을 불러들였는지는 몰라.” (10쪽)
“신이나 요마란 건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거야.” (11쪽)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귀신’이란 무엇일까요? 수많은 귀신은 우리를 괴롭히거나 놀리거나 들볶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 괴롭힘을 받거나 놀림을 받거나 들볶이려고 하는 마음일까요?
이 대목에서 놀라거나 손사래칠 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 내 끔찍한 하루를 바로 내가 스스로 끌어들였다고?’ 하고 말예요. ‘아니, 내 기쁨을 참말 내가 스스로 이루었다고’ 하고도 물을 만하고요.
법정 구속이 된 재벌 우두머리는 이녁 스스로 돈이랑 힘을 거머쥐고 싶은 마음에 불타올랐으니 그 자리에 섭니다. 그러나 그이 스스로 깨끗한 짓이 아닌 케케묵은 짓을 한다는 마음이 있으니 갖가지 말썽거리가 바깥으로 드러날 뿐 아니라 법정 구속에 이릅니다. 그이가 스스로 다른 마음이 되었다면, 이를테면 굳이 돈이랑 힘을 거머쥐려는 길이 아닌 ‘어마어마한 돈이나 힘을 이웃하고 널리 나누면서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가꾸자는 마음’이었다면 사뭇 다른 삶이 될 만하리라 느껴요.
“꼭 결혼해야 해요?” “당연하지! 엄마는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서 이러는 거야.” ‘내 행복이란 게…….’ (171쪽)
‘이 20년 동안의 불행에 모두 이유가 있었다고? 아버지가 쓰러진 것도 할머니가 살해당한 것도, 내가 행복해질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187쪽)
우리는 누구나 매한가지라고 느껴요. 스스로 즐겁고 싶으니 즐겁습니다. 스스로 골을 부리고 싶으니 골을 부립니다. 스스로 웃고 싶으니 웃으며, 스스로 노래하고 싶기에 노래해요. 목소리가 곱기에 노래하지 않아요. 잘난 사람만 노래하지 않아요. 돈이 있기에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요. 돈이 없대서 살림이 안 넉넉하지 않아요. 만화책 《백귀야행》을 꾸준히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은 한결 짙게 듭니다. 두려움도 무서움도 언제나 내가 스스로 끌어들이고, 웃음도 노래도 내가 스스로 짓습니다. 삶을 짓는 사람은 바로 나요, 살림을 이루는 사람도 늘 나입니다. 2017.2.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