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 떠나는 루와 파블로의 세계 여행 한울림생태환경동화
시릴 디옹 외 지음, 뱅상 마에 그림, 권지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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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17



‘내일’을 생각한다면 지식을 버리고 살림을 지어요

― 내일

 시릴 디옹·멜라니 로랑 글

 뱅상 마에 그림

 권지현 옮김

 한울림어린이 펴냄, 2017.1.26. 13000원



  우리는 ‘내일’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 ‘내일’을 두 가지로 바라봅니다. 하나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돈을 잘 버는 길을 가르치는 내일입니다. 다른 하나도 똑같이 ‘잘 먹고 잘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은 같으나 살림을 함께 지으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내일입니다.


  어른이나 어버이가 아이를 가르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아요. 그러나 바라보는 눈길이 다를 뿐입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눈이 있고, 스스로 우뚝 설 줄 아는 살림짓기를 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눈이 있어요.



선생님은 우리에게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도 운동장에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공기가 나빠서래요. 교실에만 있어야 한다는 말에 우린 투덜거리기 시작했어요. (10쪽)


난 아빠에게 왜 사람들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가축을 죽이는지 물었어요. 아빠는 그것이 ‘환경 문제’인데,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뿐만이 아니래요. 야생에서 죽어 가는 동물도 많다는 거예요. 지난 40년 동안 사냥이나 어업 때문에 죽기도 하고, 슈퍼마켓 같은 대형 건물이나 도로를 짓느라 숲을 밀어 버리면서 야생 포유류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바람에 … (14쪽)



  프랑스에서 나온 청소년 인문책 《내일》(한울림어린이,2017)을 읽습니다. 시릴 디옹·멜라니 로랑 님이 글을 쓰고, 뱅상 마에 님이 그림을 그립니다. 굵고 짧게 이름이 붙은 《내일》은 바로 ‘내일’을 어떻게 맞이하도록 살아갈 생각인가를 묻고, 함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책 첫머리를 보면 열두 살 아이가 학교에서 ‘운동장에서 놀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잔뜩 투덜거리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주인공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가 투덜거린다고 해요. ‘공기가 나빠’서 바깥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니 왜 그러한 줄 모르는 채 투덜거리기만 했대요.


  가만히 보면 한국에서도 요새는 이런 일이 퍽 흔합니다. 다만 도시에서 그러지요. 시골에서는 미세먼지라든지 공해라든지 매연 때문에 바깥에 나돌지 말라고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골이라면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나 폐기물처리장이나 골프장이나 큰 공장이나 큰 축사 곁에서는 아무도 놀지 않아요. 이런 데에는 누가 ‘가지 말라’고 하기 앞서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습니다.



그날 저녁, 난 (9살짜리 동생) 파블로에게 선생님과 아빠가 해 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파블로는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그럴 만도 해요. 9년 동안 살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을 테니까요. 우리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아무 생각 없이 팔짱만 끼고 있는 어른들처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어요. (16쪽)


“루, 파블로. 좀 비켜 줄래? 텔레비전이 안 보이잖아.” 엄마가 불평을 했어요. 이게 말이나 돼요? 이런 상황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려고 하다니요! “엄마 아빠한테 할 말이 있어요. 이제부터 파블로랑 나랑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할 거예요.” 엄마 아빠가 우리를 얼마나 비웃었는지는 말 안 할래요. (18쪽)



  《내일》에 나오는 열두 살 아이는 학교에서 선생님한테서 ‘공기가 나빠진 까닭’을 듣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여쭈어요. 아버지는 열두 살 아이한테 ‘공기가 나빠진 까닭’을 들려주기는 하는데 그뿐입니다. 여느 날처럼 회사 일을 하고 집에서 컴퓨터를 붙잡으며 저녁에 포도술을 마시며 텔레비전을 볼 뿐입니다.


  열두 살 아이는 잔뜩 뿔이 납니다. 학교 선생님조차, 집에서 아버지랑 어머니조차 ‘이토록 공기가 나빠졌’는데 아무런 손을 안 쓰거든요. 게다가 ‘환경 문제’에 (프랑스사람) 거의 모두 마음을 안 쓴다고 한 마디를 하고는 이녁 스스로도 마음을 안 써요.


  자, 이때에 이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선생님도 어버이도 마음을 안 쓰니 아이로서 아무것을 못 한다고 여겨서 이 아이는 ‘내일’을 내팽개쳐야 할까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환경 문제 지식’만 머리에 외운 뒤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돈을 버는 회사 일만 하면’ 될까요?



“작물을 심고 농약을 뿌리는 게 농사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런 게 아니라서 농사가 재미있는 거라고! … 우리가 농사짓는 방법이라면 기계 대신 100만 명은 고용할 수 있어요. 게다가 농부는 훌륭한 직업입니다. 하루 종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 흔히 사람들은 그런 대규모 농장에서 나는 작물이 우릴 먹여살리는 줄 착각하죠. 저도 예전에는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전 세계 식량 소비량의 70퍼센트는 이곳 같은 작은 농장에서 생산된 거예요. 대규모 농장에서는 주로 가축 사료용 곡물이나 산업용 곡물을 많이 생산하거든요.” (32, 33∼35쪽)



  청소년 인문책 《내일》에 나오는 열두 살 아이는 아홉 살 동생한테 ‘환경 문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홉 살 동생은 누나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대요. ‘아홉 해를 살며’ 이토록 끔찍한 일은 처음이라면서, 가만히 팔짱을 낄 수 없노라 외칩니다.


  이리하여 두 아이는 몸으로 나서기로 해요. 맨 처음 두 아이가 한 일은 집에서 ‘포도술을 마시며 텔레비전만 보는’ 아버지하고 어머니 앞을 막기입니다. 두 아이는 아버지랑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그만 보고 술도 그만 마시도록’ 막았대요.


  자, 이쯤에서 생각해 볼 노릇이에요. 우리는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할 만할까요? 아이들한테 ‘환경 문제 지식’만 알려주거나 ‘환경 문제를 다룬 책’만 사다가 읽히면 될까요?


  아니면 어버이로서, 또 어른으로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작은 하나부터 바꾸거나 고칠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서야 할까요?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작은 하나부터 바꾸거나 고치는 길을 아이하고 함께 하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살림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왜 다른 나라들은 덴마크를 따라 하지 않아요?” “왜 안 해, 하지……. 조금……. 그런데 우리가 쓰는 에너지가 워낙 많아서 생산량이 따라갈 수 없을 거야.” “그럼 덜 쓰면 되잖아요!” (44쪽)


“결국 사람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동물을 죽이도록 내버려 두는 건 돈을 더 벌기 위해서란 말이죠?” (59쪽)


“네가 체인점에서 물건을 사면, 네 돈은 이자를 받는 주주에게 가는 거야. 주주는 그 돈을 은행에 맡기고. 하지만 지역 사람이 운영하는 독립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그 돈은 고스란히 지역에 남아 지역 경제가 튼튼해지지.” (71∼72쪽)



  우리한테는 두 가지 ‘내일’이 있습니다. 오늘하고 똑같이 쳇바퀴를 돌듯이 맞이하는 내일이 있어요. 오늘하고 다르게 한 걸음 내딛는 내일이 있어요.


  아이들한테 어떤 내일을 물려주면 좋을까요? 아이들한테 핵발전소하고 핵폐기물처리장을 물려주면 아이들이 고맙게 여길까요? 아이들한테 골프장이나 커다란 축사랑 댐이랑 송전탑을 물려주면 아이들이 기쁘게 여길까요? 아이들한테 으리으리한 축구장이나 야구장이나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물려주면 아이들이 즐겁게 여길까요? 아이들한테 자동차하고 도시를 물려주면 아이들이 반갑게 여길까요?


  아이들한테 비정규직을 물려주고 싶은지 어른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국가보안법이나 분단이나 차별이나 따돌림을 물려주고 싶은지 어른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막개발이나 막삽질을 물려주고 싶은지 참으로 어른 스스로 물어야지 싶습니다.



(핀란드에서) 우리는 다른 교실에도 들어가 보았어요. 아이들은 우리와 똑같이 수학·역사·문법을 배우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과목도 많이 배우고 있었어요. 뜨개질과 바느질, 옷 만들기, 나무와 금속·가죽 다루기, 물건 만들기, 빨래하기, 정리하기, 청소하기, 요리하기, 그림 그리기, 악기 다루기 같은 거였어요. (88쪽)



  학교에서는 수학이나 역사나 문법도 잘 가르칠 노릇입니다. 여기에 뜨개질이나 옷짓기나 나무나 쇠붙이 다루기도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핀란드 학교뿐 아니라 한국 학교도 밥짓기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비질이나 걸레질을 가르치며, 설거지 깔끔하게 하기라든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악기를 켜는 삶도 가르칠 수 있어야지요.


  시험점수로 따지는 입시지옥을 그만두고 참다운 배움마당이 되어야 할 학교라고 생각해요. 자격증이나 졸업증은 없어도 되니, 학교마다 자격증이나 졸업증은 없애고서 살림짓기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지 싶어요. 살아가는 즐거움을 가르치고, 어깨동무하는 기쁨을 배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한테 ‘내일’이란 새롭게 내딛는 한 걸음일 테니까요. 쳇바퀴나 맴돌이질이 아닌, 삶을 사랑으로 가꾸어 서로 환하게 웃음꽃을 피우는 길을 걸어야 평화와 평등과 민주를 참답게 이룰 테고요. ‘내일’을 생각해서 이제부터 하나씩 바꾸어야지 싶어요. 어리석은 대통령도 바꾸고, 어리석은 제도나 법도 바꾸며, 어리석은 학교도 뜯어고치고, 어리석은 모든 것이 슬기로운 살림이 되도록 바로세워야지 싶습니다. 2017.2.2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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