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2.20.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이누야샤》를 다시 읽기로 한다. 몇 해 앞서 이 만화책을 다 읽기는 했으나, 그때에는 너무 빨리 읽어치웠다고 느껴서 머잖아 1권부터 새롭게 장만해서 읽으려고 생각했다. 이제 1권하고 2권을 읽는다. 서울마실을 다녀오느라 아직 몸이 덜 풀린 터라 느긋하게 밥을 짓고, 느긋하게 국수를 삶는다. 쌀은 아이들이 씻어서 담가 준다. 내가 혼자 다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불러서 “오늘은 누가 쌀을 씻을까?”라든지 “오늘은 누가 밥찌꺼기 그릇을 감나무 옆에 뿌려 주고 올까?”라든지 “오늘은 누가 개수대에 다 마른 접시랑 수저를 제자리에 놓아 줄까?” 하고 물으면 서로 “내가! 내가!” 하면서 심부름을 맡는다. 이리하여 나는 아주 고맙고도 느긋하게 몸을 쉬면서 만화책을 읽을 수 있다. 얘들아, 너희는 아직 《이누야샤》를 읽을 수 없지만 말이야, 너희 아버지가 이 멋지고 아름다운 만화책을 새롭게 장만해서 우리 집에 두 벌이 생기니까, 꾸준히 삶과 살림을 배우고 마음을 다스리노라면, 나중에 이 만화책에 깃든 ‘이승 저승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에 ‘생각으로 짓는 아름다운 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뜰살뜰 누릴 수 있단다.
(숲노래/최종규 - 책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