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2.18.


바깥일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간다. 서울에서 하룻밤을 새면서 책마을 이웃님을 만났고, 강화에서 하룻밤을 새면서 누리신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편집기자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틀 동안 세 시간 남짓 살짝 눈을 붙이면서 꽤 많은 분들하고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목이 쉬었다. 이동안 처음 듣고 얻고 깨달은 생각이 있다.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길을 걸으면서 꿈을 지피는 이웃님들하고 만나는 자리였기에 잠을 미루면서 즐거웠고 몸은 하나도 안 힘들었다. 이러다가 사람숲을 뚫고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고속버스역에 이르러 다시 사람숲을 헤치며 표를 끊고 맞이방에서 때를 기다려 고흥 가는 시외버스에 오르니 한갓지다. 다른 고장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손님으로 그득하지만 고흥 가는 시외버스는 손님 누구나 드러누워 갈 수 있을 만하다. 전철에서 조금 읽은 《오브 아프리카》를 읽어 본다. 삼십 분쯤 읽자니 비로소 잠이 쏟아지려 한다. 아프지만 이 아픔을 딛고 새롭게 일어설 아프리카 이야기가 싱그럽지만, 시외버스에서 내 몸은 책을 덮고 쉬어 달라고 속삭인다. 쓰러지듯 세 시간 가까이 눈을 붙인다. 시외버스가 벌교 언저리에 이를 무렵 《뉴욕에 간 귀뚜라미 체스터》를 펼친다. 서울 마실길에 장만한 동화책인데 사람들을 만나느라 이제서야 겨우 첫 쪽을 넘긴다. 아이와 쥐와 귀뚜라미가 찬찬히 나오는 첫 대목을 고요히 헤아린다. 도시 한복판에서 귀뚜라미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아이, 작은 귀뚜라미 몸에 묻은 검댕을 살뜰히 닦아 줄 줄 아는 아이,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 군내버스가 모두 끊어진 뒤에 시외버스가 고흥읍에 닿는다. 가게에 들러 능금이랑 배랑 감이랑 떡이랑 김밥이랑 장만한다. 튀김닭도 조금 장만한다. 택시를 불러 집으로 날아간다. 택시 기사님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읍내 고흥군청 어느 방에서 ‘ㅂ리스트’를 보았다고, 그 ‘ㅂ리스트’에 고흥군 문화계 교육계 이름이 죽 분류되어 적혔는데, ‘택시기사 분류’도 있더라고, 그렇더라고 하는 이야기에 서로 너털웃음을 지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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