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린느의 크리스마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2
루드비히 베멀먼즈 글, 그림 |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14



꿈을 스스로 이루는 씩씩한 아이처럼

― 마들린느의 크리스마스

 루드비히 베멀먼즈 글·그림

 이주령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6.11.4. 8000원



  그림책 《마들린느의 크리스마스》(시공주니어,1996)가 한국말로 나온 지 스무 해가 넘습니다. 그림을 빚은 루드비히 베멀먼즈 님은 오스트리아사람으로, 1898년에 태어나서 1962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해요. 1914년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온갖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어느 출판사 책지기 눈에 뜨여서 어린이책을 짓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대목을 모르고서 그림책을 펼치더라도 그림책에 나오는 모습은 퍽 오래되었구나 싶어요. 모든 일을 사람들이 손수 하지요. 기계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언제나 누구나 손으로 살림을 건사해요. 살림을 말이지요.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말예요.



프랑스 파리에 덩굴로 뒤덮인 낡은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그 집엔 열두 여자아이가 두 줄 나란히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쨍쨍한 날이건 찌푸린 날이건 아홉 시 반이 되면, 두 줄 나란히 집을 나섰어요. 거기서 가장 조그만 여자애가 마들린느죠. 마들린느는 쥐도 겁내지 않고 겨울과 눈과 얼음을 좋아하고 동물원의 호랑이를 보고도 코웃음만 쳤대요. (7∼8쪽)



  따뜻하며 넉넉할 성탄절을 앞두고 어린이집에 감기가 돌았대요. 그래서 마들린느가 있는 그 어린이집에서 마들린느만 빼고 모두 감기에 걸려서 앓아누웠대요. 이때 마들린느는 혼자 청소하고 밥을 짓고 차를 끓이면서 동무들뿐 아니라 원장 수녀님까지 돌보았다고 합니다.


  왜 마들린느는 감기에 안 걸렸을까요? 아마 마들린느 마음에는 감기 따위는 없었지 싶어요. 늘 씩씩하고, 언제나 두려움이 없으며, 한겨울에도 눈과 얼음을 좋아하는 마들린느인 터라, 추위를 생각하지 않고서 기쁜 놀이를 생각했을 테지요. 이러니 마들린느는 꽤나 어리구나 싶은 나이에도 씩씩하게 모두 돌볼 수 있는 몸이었을 테고요.



이 낡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다 독감에 걸려 있었고 가엾은 생쥐도 독감 때문에 자리에 드러누워 있었거든요. 그런데 딱 한 사람 씩씩한 우리 마들린느만, 말짱하게, 발딱 일어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지요. (10∼14쪽)



  마들린느는 양탄자 장수를 만납니다. 옳거니 잘되었구나 싶어 양탄자를 사기로 합니다. 원장 수녀님한테서 돈을 타내어 양탄자를 장만하고는 동무들하고 수녀님 곁에 양탄자를 깔아 놓습니다. 모두 한결 따스하겠지요. 그러나 양탄자 장수는 양탄자를 모조리 판 탓에 추위에 벌벌 떱니다. 양탄자 장수는 마들린느한테 돌아갑니다. 제발 양탄자를 도로 팔아 달라고 말이에요.



마들린느는 양탄자 장수 아저씨한테 돈을 건넸지요. “돈 받으시고요, 고맙게 잘 쓰겠습니다.” 하지만 양탄자 장수 아저씨는 양탄자를 다 팔아 버려서 죽도록 추웠습니다. 아저씨는 “멍청하게 다 팔아 버릴게 뭐람! 이거 얼어죽겠는걸.” 했지요. (20∼21쪽)



  마들린느는 어떻게 할까요? 마들린느는 양탄자를 돌려줄까요? 아니에요. 마들린느는 추위에 떨던 양탄자 장수를 불러서 따스히 돌봐 주어요. 추위를 녹여 주고 따뜻한 차를 내주지요.


  양탄자 장수는 얼어붙은 몸이 녹고 나서 가만히 생각합니다. 마들린느더러 ‘바라는 것’이 있으면 한 가지를 말해 보라고 해요. 마들린느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설거지’를 거들어 주면 좋겠다고 해요.


  하하, 멋진 마들린느예요. 마들린느로서는 참말 이렇게 말하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마들린느는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일이 있을 적에 남한테 안 맡길 테니까요. 늘 스스로 해낼 테니까요. 하고 싶을 적에 스스로 하면 되고, 이루고 싶은 꿈은 스스로 이룰 때까지 힘쓰면 되어요. 이런 마음이니 마들린느는 ‘도움 받을 생각’조차 없지만, 설거지쯤 거들면 좋겠네 하고 생각해요.



마법사는, 약을 먹고 나서는,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마들린느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봐라.” 마들린느는 “좀전에 음식을 만들었는데요, 아저씨가 뒷정리 좀 거들어 주시겠어요?” 했어요. “아저씨가 설거지를 하시면 저는 나가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나무를 찾아볼게요.” (24∼25쪽)



  그림책 《마들린느의 크리스마스》는 책이름처럼 성탄절 언저리에 걸맞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성탄절 언저리뿐 아니라 여느 때에도 즐거이 읽을 만하지 싶어요. 더없이 씩씩한 마들린느 마음에서 피어나는 꿈을 읽을 수 있거든요. 이른바 ‘크리스마스 소원’조차 ‘설거지 거들기’를 말할 만큼 야무진 마들린느예요. 삶에서 이루는 꿈은 모두 스스로 이룰 수 있다는 마음결로 씩씩한 마들린느랍니다.


  꿈을 스스로 이루는 씩씩한 아이처럼 꿈을 스스로 지어 스스로 이루는 어른으로 살자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감기도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다부진 아이처럼 이 그림책을 읽는 어버이로서 한결 씩씩하고 다부지게 살림을 지어 보자고 생각을 해 봅니다. 마들린느도 하니 나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마들린느는 마들린느대로 씩씩하다면, 나는 나대로 씩씩하게 어깨를 펴자고 생각해요. 2017.2.1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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