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살려낸 우리말 : 꽃밥



거의 40년 만에 해당화꽃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 제가 해당화색반을 잘 짓는 분을 알고 있습니다

《이상권-야생초 밥상》(다산책방,2015) 64쪽



  한국말사전을 보면 ‘꽃밥’이나 ‘색반’이라는 낱말은 안 나옵니다. 그러나 ‘꽃밥’이라고 하면, 이 낱말은 꽃을 얹거나 꽃을 써서 지은 밥을 가리키는 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는 꽃처럼 곱게 지은 밥을 가리키고, 꽃내음이 나는 밥을 가리킬 만합니다. ‘쑥밥’이라 하면 쑥을 함께 넣은 밥인 줄 알 수 있어요. ‘감자밥’이나 ‘무밥’이라 하면 감자나 무를 함께 넣은 밥인 줄 알 테고요.


  한자말 ‘색반’은 ‘色飯’ 같은 한자를 쓸 테고, 꽃빛이 감도는 밥을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전통향토음식’에 ‘해당화색반’이 있다고 합니다. 음식용어사전에서는 ‘해당화색반’처럼 ‘색반’이라는 낱말만 다루고, ‘꽃밥’이라는 낱말은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진달래꽃이나 개나리꽃을 얹어서 지진 떡을 두고 ‘화전(花煎)’이라고들 합니다. 더러 ‘꽃전’이라고도 하는데, 꽃을 얹어서 지진 떡이라면 ‘꽃지짐’이나 ‘꽃떡’이라고 하면 됩니다.


 꽃밥 . 꽃떡 . 꽃빵 . 꽃지짐


  해당화꽃뿐 아니라 동백꽃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함박꽃이나 유채꽃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지요. 모과꽃이나 감꽃이나 개나리꽃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어요. 이런 밥은 모두 ‘꽃밥’입니다. 그리고 ‘동백꽃밥·유채꽃밥·감꽃밥’처럼 새롭게 이름을 붙일 만해요.


  꽃송이로 술을 담그면 ‘꽃술’이 됩니다. 꽃송이로 물을 들이면 ‘꽃물’을 들인다고 하고, 꽃송이를 우려서 찻물을 마시면 ‘꽃차’가 되어요. 이때에도 ‘유채꽃술’이라든지 ‘민들레꽃차’처럼 수수하게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찔레꽃밥을 먹을 수 있고, 모과꽃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딸기꽃차를 마실 수 있고, 동백꽃차를 마실 수 있어요.


  꽃노래를 부르면서 꽃밥을 먹습니다. 꽃놀이를 즐기면서 꽃지짐을 먹습니다. 꽃밭에서 꽃내음을 맡으면서 꽃차를 마십니다. 떡을 찧거나 빵을 구우면서 꽃떡이랑 꽃빵을 신나게 누립니다. 2017.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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