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는다



  연필을 깎습니다. 아이들하고 마실을 나가기 앞서 연필을 깎습니다. 두 아이는 종이접기로 바쁘기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뭇소리도 안 들립니다. 두 아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종이접기를 마치기를 기다리며 연필을 깎습니다. 연필 열다섯 자루쯤 깎으니 비로소 아이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사십 분 동안 연필을 깎았네요. 아이들은 종이접기로 두 시간 즈음 보냈어요. 마지막으로 깎은 연필을 본 큰아이가 “아버지 그 연필 무슨 무늬야? 보여줘.” 하고 묻습니다. “자, 보렴.” “아, 꽃이랑 나무구나.” “예쁘니? 예쁘면 네가 이 연필 쓸래?” “음, 아니, 음. 그러니까.” “그래, 그냥 네가 써. 네가 쓰면 되지.” 어릴 적에 저는 연필을 되게 못 깎았지 싶은데, 이제서야 그무렵 왜 연필을 되게 못 깎았는지 살짝 느껴요. 그저 즐겁게 쓰도록 깎으면 되는데, 심을 아까워하지 않으면 되는데. 2017.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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