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면서 읽는 책 2017.2.5.
아침에 두 아이한테 묻는다. “오늘 무슨 밥 먹고 싶어?” 작은아이는 “볶음밥!” 큰아이는 “짜장면!”을 외친다. 볶음밥하고 짜장면을 어떻게 한꺼번에 하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먼저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부엌일을 하며 두 아이한테 하나하나 심부름을 맡기고 두 아이가 거드는 손길에 힘입어 빨래도 하고 밥도 하면서 45분 만에 두 아이가 바라는 밥을 차려 놓고 빨래도 마친다. 아이들이 먼저 밥을 먹으라 하고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마당에 넌다. 등허리를 토닥이면서 아이들 사이에 앉아서 느즈막하게 먹는다. 작은아이는 두어 솓가락을 남기고 똥을 눈다며 마당으로 달려 나가고, 마지막 두어 숟가락을 비우기까지 이렇게 놀고 저렇게 논다. 늦게 먹고도 작은아이보다 일찍 밥그릇을 비운 터라 이를 닦고 몇 가지 설거지를 더 하고서 《미하엘 엔데 동화 전집》을 읽는다. 제법 도톰하게 나오기도 했고 단편동화를 빨리 읽어낼 수 없어서 조금씩 오래 읽는다. 오늘은 학교 가기 싫어 딴청을 피우는 아이가 겪는 일을 읽는데, 내 어릴 적 일이 겹치고 개구쟁이 아이들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작은아이가 밥그릇을 비우고 이를 닦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설거지를 마친다. 부엌일을 하면 몇 시간 동안 손에 물이 마를 새가 없다. 저녁에는 풀무침(샐러드)을 더 마련해야겠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