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2.2.
우체국에도 들르고, 돼지장조림을 할 생각으로 읍내에 간다. 볕은 좋은데 바람이 불면 제법 쌀쌀하고, 바람이 안 불면 포근하다. 오늘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는 조그맣다. 두 아이는 나란히 앉아서 노래를 듣고, 나는 《지율 스님의 산막일지》를 펼친다. 천성산도 내성천도 아닌 두멧시골에서 조촐히 적바림한 일기를 모은 책이라고 한다. 낡은 우물에서 도롱뇽 알을 보고는 깜짝 놀라셨다는데, 두멧시골에서 마주하는 이웃 할매와 할배 사이에서 가만히 마음을 다스리면서 사람살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가다듬는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읍내 우체국을 들러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한국 매미 생태 도감》을 읽는다. 깔깔거리는 소리를 귓결로 들으면서 남녘 매미 열두 가지 이야기를 사진하고 글로 읽는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두 사람은 매미를 몹시 아끼면서 이 나라 숲과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빚었다고 한다. 남녘 매미는 열두 가지뿐이라 도감이 퍽 얇지만 매우 알차다. 군더더기가 없을 뿐 아니라, 매미 한 마리를 얼마나 알뜰히 지켜보았는가를 깊이 읽을 수 있다.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한국 생물 목록’ 22권째로 내놓은 《한국 매미 생태 도감》이 도서관이나 학교뿐 아니라 숲을 마음에 담으려는 분들 책시렁에 곱다시 꽂힐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숲노래/최종규)